취재 | 버추얼 아이돌에 열광하는 이유는

▲ 버추얼 아이돌 플레이브.(사진 출처: 플레이브 SNS 캡처)
▲ 버추얼 아이돌 플레이브.(사진 출처: 플레이브 SNS 캡처)

지난 6일(수) 한 남자 아이돌 그룹이 ‘쇼! 음악중심’에서 1위를 한 사실이 많은 언론에서 대서특필됐다. 일반적인 아이돌이었다면 대수롭지 않은 일이었겠지만 그들은 가상 공간의 아이돌, ‘버추얼 아이돌’이었다. 가상 공간의 아이돌인 버추얼 아이돌은 차원을 넘어 대중과 더욱 가까워지고 있다.

◇다른 세계에서 등장한 아이돌=버추얼 아이돌은 가상을 뜻하는 영어 단어 ‘virtual’과 ‘아이돌’이 결합한 용어로, 가상 공간에서 구현된 캐릭터로 활동하는 아이돌을 일컫는다. 김석인 교수(연성대 영상콘텐츠과)는 “버추얼 아이돌은 활동 주체가 가상 공간에 존재한다는 차이만 있을 뿐, 엄연히 아이돌의 한 형태다”라고 말했다. 현재 버추얼 아이돌은 대부분 인간형 2D 캐릭터의 모습 뒤에서 사람이 캐릭터의 표정과 신체 움직임, 목소리를 조종하는 형태로 나타난다. 김도헌 대중음악평론가는 “향상된 그래픽 기술은 버추얼 아이돌의 활동 범위를 넓혔다”라고 설명했다. 

버추얼 아이돌은 일본의 버추얼 유튜버 문화와 한국의 아이돌 문화가 결합해 탄생했다. 김도헌 대중음악평론가는 “버추얼 아이돌은 일본의 서브컬처를 이끄는 버추얼 유튜버에서 착안한 버추얼 캐릭터의 콘셉트과 한국의 아이돌 산업의 유통, 소비의 방식이 결합해 시작됐다”라고 짚었다. 버추얼 아이돌 ‘이세계아이돌’의 팬이라 밝힌 백장운 씨(자유전공학부·23)는 “버추얼 아이돌은 인터넷 개인 방송인으로서 활동과 아이돌로서 활동 비중을 각 그룹에 맞게 조절하며 활동한다”라고 설명했다. 

◇버추얼 아이돌, 그 매력은?=국내에서 버추얼 아이돌은 괄목할 만한 성과를 달성했다. 현재 많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버추얼 아이돌로는 5인조 남자 아이돌인 ‘플레이브’와 6인조 여자 아이돌인 ‘이세계아이돌’이 꼽힌다. 지난 16일 기준 플레이브는 자체 유튜브 채널에 약 60만 명의 구독자를, 이세계아이돌은 여섯 멤버가 각자의 유튜브 채널에 약 40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다. 특히 플레이브가 지난달 발매한 『ASTERUM: 134-1』은 발매 일주일 만에 56만 장이 판매되기도 했다. 

버추얼 아이돌의 팬들은 버추얼 아이돌이 기존의 아이돌보다 팬들과의 소통이 활발하다는 점을 버추얼 아이돌의 매력으로 짚었다. 백장운 씨는 “이세계아이돌은 팬들과 가상공간에서 합동 방송을 진행하는 등 팬들과 함께 즐길 수 있는 콘텐츠를 많이 제공한다”라고 말했다. 플레이브의 팬인 김하진 씨(인문계열·23)는 “플레이브는 음원을 내는 활동 기간이 아닐 때도 정기적인 방송을 통해 소통을 자주 진행해 활동의 공백기가 잘 느껴지지 않는다”라고 강조했다. 가상공간에 존재하기에 소통에 별다른 비용이 들지 않는 것도 버추얼 아이돌의 큰 장점이다. 김하진 씨는 “기존 아이돌들은 소통하기 위해 팬미팅에 참여하는 등 비용이 많이 드는 편이지만, 버추얼 아이돌은 별다른 비용 없이도 쉽게 소통할 수 있는 여지가 많다는 점이 좋다”라고 말했다. 

◇차원을 넘는 미래가 펼쳐질까=일부 전문가들은 버추얼 아이돌이 기존 아이돌의 획일화된 모습에 균열을 가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윤상필 교수(경상국립대 창업학과)는 “버추얼 아이돌은 기존 아이돌에게 요구되는 외모나 춤 실력 같은 아이돌로서 역량 중 일부를 가상 콘텐츠의 활용으로 대체할 수 있다”라며 “버추얼 아이돌의 등장은 획일화되고 있는 기존의 아이돌 위치에서 벗어나 다양한 형태의 아이돌을 등장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김도헌 대중음악평론가는 “상품화를 통해 정형화돼 가고 있는 기존의 아이돌과 달리, 버추얼 아이돌은 음악 활동과 본인들의 개성을 살리는 콘텐츠 기획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특성을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김하진 씨는 “새롭게 시작된 아이돌의 형태라는 점에서 아이돌의 자율성이 크게 존중된다”라며 “버추얼 아이돌이 보여준 융통성 있는 활동은 자유로운 아이돌 문화를 주도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현재의 버추얼 아이돌이 기존 아이돌 문화의 일부로 온전히 받아들여지기는 어렵다고 분석한다. 김석인 교수는 과거 버추얼 아이돌의 제작에 참여했던 경험을 회상하며 “아직 대중은 버추얼 아이돌을 낯설게 느낀다”라며 “화면으로만 만날 수 있는 버추얼 아이돌의 특성상 자신이 좋아하는 아이돌을 오프라인으로 만나고자 하는 팬의 욕구를 완전히 충족시킬 수 없다”라고 버추얼 아이돌 산업과 아이돌 산업의 근본적인 차이를 짚었다. 

 

이에 버추얼 아이돌에 맞춘 기술 개발을 바탕으로, 버추얼 아이돌을 기존 아이돌 산업에 포함시키지 않고 이를 새로운 산업으로서 발전시키자는 주장이 제기된다. 윤상필 교수는 “버추얼 아이돌을 기존 아이돌과 비교하기보다 각기 다른 대중을 겨냥하는 고유한 산업으로 바라본다면 다르게 접근할 수 있다”라며 “콘텐츠 제작과 기술 발전에 힘을 쓴다면 버추얼 아이돌은 독자적인 아이돌 분야, 나아가 대중 문화의 한 장르로 거듭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김석인 교수 또한 “버추얼 아이돌과 함께 즐길 수 있는 새로운 플랫폼이 마련된다면 버추얼 아이돌 산업의 발전이 가속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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