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남현(국어국문학과) 전형준(중어중문학과)

대학문학상 출신의 뛰어난 문인들이 적지 않다. 이는 분명 대학문학상의 자랑스러운 전통이라 하겠지만, 그러나 대학문학상의 본령이 문인 배출에 있는 것은 아니다. 그보다는 대학 사회 일반의 문화적 고양이라는 측면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심사위원들이 예컨대 신춘문예 심사 때와는 다른 마음가짐으로 심사에 임한 것은 그 때문이다.


20편의 응모작들이 대부분 소설로서의 완성도라는 점에서는 미흡했다. 특히 구성력이 부족한 점, 언어를 밀도 있게 다루는 힘이 부족한 점이 눈에 띄었고, 체험과 소설 사이의 거리 확보가 불충분한 경우와, 그와는 반대로 그 거리가 너무 커져서 관념만 남은 경우가 적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삶에 대한 성찰이라는 문학의 근본 동기가 진지하게 작용하고 있는 경우가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많았고, 바로 이 점에서 심사위원들은 대학문학상의 의의를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다. 여기서 아직 서툴다는 것은 앞으로 더욱더 발전할 수 있다는 뜻이 된다.


우수작으로 선정된 「옛 일을 돌아보고 쓰다」는 전통문화에 대한 진지한 성찰과 그에 걸맞는 문체의 모색, 재료의 정확한 장악을 위한 노력, 침착하고 안정된 언어 구사력이 돋보였다. 하지만 이야기의 세목과 구성에 대한 고민이라는 점에서 아쉬움이 있고, 특히 과거와 현재 사이의 내적 관련을 세우지 못했다는 약점은 반성될 필요가 있다.


가작 「개구리밥」은 현재의 철거촌 이야기와 과거에 화자가 겪었던 재건축 이야기를 겹쳐 놓고 그로부터 뿌리뽑힌 삶이라는 주제를 부각시키는 비교적 안정된 서술을 하고 있다. 언어의 질박함이 미덕이라기보다는 미숙의 소치인 듯하고 너구리의 등장이 자연스럽지 못하며 무엇보다도 센티멘털리즘을 별로 넘어서지 못한 게 약점이다.


마지막까지 고려 대상이 된 다른 두 작품은 「당신의 향기」와 「가을 모기」이다. 「당신의 향기」는 소설로서의 완성도가 가장 높았지만 그 주제나 서술이 기성 문학과의 관계에서 볼 때 진부함을 면치 못한다. 「가을 모기」는 시선의 설정이 갖는 반성적 의미가 높이 평가되었으나 그 시선의 내용에 도식성과 생경함이 있고 무엇보다도 언어를 교묘하게 구사하려는 의도가 지나친 부담이 되어 결과적으로 문장을 비틀거리게 만들었다. 비록 수상작에서 제외되었지만 충분한 가능성을 가졌다고 생각되는 대표적인 경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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