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다율 뉴미디어부장
연다율 뉴미디어부장

“아직 시작하지도 않은 올림픽을 왜 취재해?” 주변에서는 4년마다 돌아오는 올림픽의 준비 과정이 뭐가 그렇게 특별하냐고 물었다. 기사를 준비하는 나조차도 공사 중인 올림픽 경기장을 취재하는 것이 과연 의미있는 것일까 끊임없이 고민했다. 그렇지만 프랑스의 멋진 경관 아래 펼쳐지는 올림픽을 상상하면 할수록 그 과정이 궁금해졌다. 

올림픽 준비로 한창인 파리는 상상했던 것보다 아름다웠다. 파리는 예술과 낭만의 도시라는 명성에 맞게 올림픽 역사상 처음으로 야외에서 개막식을 진행한다. 선수들은 유유히 흐르는 센 강을 가로지르는 커다란 배에 올라 입장 세리머니를 선보일 예정이다. 

그런데 안전한 개막식을 위해, 프랑스 정부는 센 강 주변으로 길게 늘어선 노천 서점인 부키니스트 거리를 철거하라고 명령했다. 노천 서점이 시야를 막을 수 있고 테러의 위험성이 있기 때문이다. 대신 프랑스 정부는 올림픽 기간 동안에도 영업은 할 수 있도록 다른 위치로 서점을 이동시켜 줄 것을 제안했다. 그러나 부키니스트들과 정부의 의견 차이는 좀처럼 좁혀지지 못했고 결국 이들은 임시 이전될 위기에 놓이게 됐다. 파리에서 30년 동안 서점을 운영하고 있는 장 기 씨(74)는 정부의 대처에 무척 실망했다고 말했다. 노천 서점 또한 파리의 일부기에 올림픽을 함께해야 하는데, 단지 몇 시간 동안 진행되는 개막식을 위해 상점을 치운다는 것은 무척 무책임한 일이라고 비판했다. 정리된 매뉴얼이나 안내 하나 없이 상인들을 모아 놓고 일괄적으로 철거를 통보한 태도에 아쉬움을 표하는 이들이 실제로 보니 정말 많았다. 

사실 가장 많은 매출을 올릴 수 있는 올림픽 시기에 서점을 철거하는 것에 대한 손실이 이들이 분노하는 원인이라 생각했지만 경제적 손실은 이들에게 중요한 문제가 아니었다. 부키니스트들은 다른 무엇보다 그들이 그곳에 존재한 400여 년의 역사, 그리고 서점의 가판대에 묻어난 세월이 훼손되는 것을 걱정하고 있었다. 부키니스트 거리는 파리 시민에게 단순히 ‘상점’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지고 있었다. 아무리 철거 이후 복구를 보장해 준다고 해도, 한 번 훼손된 역사적 가치는 돌아올 수 없다는 것을 그들은 알고 있었다. 다행히도 지난 2월 정부와 부키니스트 간의 원활한 합의가 이뤄졌다는 소식을 들었다. 노천 서점을 그대로 두고, 개막식이 열리는 센 강 일대의 보안을 강화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이처럼 목소리를 내는 이들에게 귀 기울이고 그 가치를 이해하는 태도는 지속가능한 올림픽을 실천하고자 나선 파리의 행보를 더욱 빛나게 만든다. 함께하는 마음이 존중받는, 진정으로 모두와 지속가능한 파리올림픽이 되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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