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 반영해 증원 신청했다는 공대·농생대, 교육 환경 악화 우려하는 학생들

교육부 승인 거쳐 증원 규모 확정

“증원 신청은 사회적 수요 반영한 것”

교육 인프라 문제 지적하는 학생들

연석회의는 “밀실 증원”이라며 비판

지난달 8일 서울대가 내년부터 공대와 농생대의 신입생 입학 정원을 각각 216명, 50명 증원하는 안을 교육부에 제출했다. (『대학신문』 2024년 3월 18일 자) 증원 대상 및 규모는 4월 중 교육부 승인을 거쳐 확정될 예정이다. 증원을 신청한 학과(부)와 단과대는 연구·산업 수요에 대응하고 학내에서 자원과 역량을 확보하기 위해 증원이 필요하다고 설명한 가운데, 일부 학생들은 그에 따른 부작용에 우려를 표했다. 공대, 농생대 연석회의와 2024단과대학생회장연석회의(연석회의)도 대응에 나서고 있다. 

수도권 대학의 입학 정원 증원은 지난 2022년 교육부가 첨단 분야에 한해 증원 규제를 완화하며 가능해졌다. 이에 서울대는 지난해 330여 명 규모의 첨단융합학부 신설을 신청했고, 교육부 승인 단계에서 218명으로 확정돼 올해 첫 신입생을 받은 바 있다. 이번 증원 신청에 대해 이진수 협력부처장(행정학과)은 “이번 증원 신청(안)도 작년부터 시작된 첨단 분야 증원의 연장선상에 있다”라며 “지난 1월 각 단과대로부터 사전 수요 조사를 받았고, 이를 토대로 교원 확보율 등 관련 조건을 본부가 자체적으로 검토해 지금의 신청(안)을 도출했다”라고 설명했다.

증원을 신청한 단위 중 일부는 『대학신문』과의 인터뷰를 통해 신청 배경을 밝혔다. 현 정원의 약 45%에 해당하는 40명 증원을 신청한 재료공학부 한흥남 학부장(재료공학부)은 “1998년 165명이었던 정원이 2005년 88명으로 급감한 후 지난 18년간 그대로였다”라며 “신소재 관련 연구와 산업의 인력 수요에 미치지 못하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증원이 이뤄진다면 학부에 ‘하이브리드 첨단신소재 트랙’ 교육과정을 신설하고 대학원의 ‘하이브리드재료전공’ 과정과 연계해 운영하겠다”라고 덧붙였다. 현 정원의 약 87%에 해당하는 56명 증원을 신청한 컴퓨터공학부 이광근 학부장(컴퓨터공학부) 역시 “컴퓨터공학에 대한 사회적 수요에 유연하게 대응하기 위해 증원이 필요하다”라며 “그간 공대를 통해 본부에 꾸준히 증원 희망을 밝혀왔는데 이제야 신청이 이뤄진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그는 “현재 학내 수요에 비해 컴퓨터공학부가 확보할 수 있는 자원이 부족해, 학부 정원을 증원한다면 이에 대한 지원이 강화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농생대는 교육부가 지정한 첨단 분야 중 ‘스마트팜’과 ‘에코업’에 해당하는 ‘에코스마트시스템학부’ 신설을 신청했다. 농생대 관계자 A씨는 이에 대해 “그동안 해당 분야 관련 전공은 대학원에만 개설돼 있었다”라며 “학부에서는 관련 교육이 여러 전공에 산재돼 있어 이를 전담하는 학부를 신설하려 한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열린 전공’ 신설에 따라 농생대 정원 감소가 예상되는 만큼, 단과대 역량 위축에 대응하기 위해 이번 기회를 살려보자는 데 공감대가 형성되기도 했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학생사회에서는 이번 증원 신청에 대해 교육 환경 악화를 우려하는 의견이 여럿 확인됐다. 박미솔 씨(재료공학부·22)는 “지금도 이미 강의실 대부분의 수용 인원이 부족해 전공 과목의 수강 정원 확대에 한계가 있다”라며 수강신청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수강신청의 어려움이 복수전공·부전공 이수 학생에게 더 커질 것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컴퓨터공학부 등 이른바 ‘인기 전공’의 전공 과목 중 다수는 수강반 제한으로 선착순 수강신청 4일차까지는 주전공생만 신청이 가능해, 이미 지금도 다전공 이수 학생이 수강신청에 난항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여타 인프라에 대한 지적도 잇따랐다. 컴퓨터공학부 학부생 B씨는 “식당이나 교통 등의 인프라 역시 보강이 필요할 것”이라고도 전했다. 

공대와 농생대 학생회는 본부의 이번 증원 신청에 따른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 공대 연석회의 한정우 집행위원장(화학생명공학부·22)은 “대응 내용과 방식에 관해 논의를 시작했다”라고 답했다. 농생대 연석회의 최유정 의장(농경제사회학부·22)은 “지난 22일(금) 농생대 학장단과 간담회를 갖고 학부 신설을 신청한 배경과 인프라 확보 계획을 공유받았다”라며 “관련 논의는 계속 진행될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연석회의는 이번 증원 신청이 “밀실 증원”이라고 비판하며 ‘대학 본부의 소통 거부에 대한 인식 조사’를 시작하는 등 강경한 대응에 나섰다. 연석회의 전현철 의장(농경제사회학부·19)은 “이번 증원 외에도 LnL 시범 사업 확대, 첨단융합학부 신설, 학부대학 신설 등 본부의 소통 방식은 언제나 정책 시행 여부를 이미 결정해 놓고 학생 의견을 듣는 식이었다”라며 학내 의사결정 과정에 문제를 제기했다. 이어 그는 “이런 방식으로는 대학의 의사결정에 학생사회의 의견이 제대로 반영되기 어렵다”라며 인식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후속 조치를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본부는 연석회의 입장에 대해 당황스럽다는 반응이다. 이진수 협력부처장은 “증원 신청은 각 단과대로부터 수요를 받아 진행하는 것으로 ‘밀실 증원’이라는 비판은 적절하지 않다”라고 입장을 밝혔다. 학생사회와의 소통이 부족했다는 지적에 대해서 이 협력부처장은 “여태껏 증원 신청 자체가 학생회 의제로 논의된 적은 없었다”라며 “이번에는 총학생회 선거가 무산되며 소통 창구가 확립되지 않았던 탓도 있는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증원에 따른 학생들의 우려는 충분히 인지하고 있으며, 증원 규모가 결정되면 후속 대책에 관해 학생들과 충분히 소통하겠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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