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이러닝(e-learning)은 군 복무 중 나라사랑포털을 통해 원격으로 수업을 듣고 학점을 취득할 수 있는 제도다. 이는 군 휴학생의 학업 단절을 방지하고 전역 후 학업 복귀를 도와 많은 장병의 호응을 얻고 있다. 이에 서울대에서도 군 원격수업 제도를 운영 중이며, 서울대 군 휴학생은 학기당 6학점, 복무 기간 중 최대 12학점까지 수강할 수 있다. 

하지만 서울대에서 열리는 군 원격강좌는 그 수가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지난 학기와 이번 학기 연속으로 세 개의 강좌만이 개설됐다. 군 이러닝 제도를 실시하고 있는 192개 학교가 평균적으로 29.3개의 군 원격강좌를 개설한 것을 고려하면 이는 현저히 적은 수다. 이는 최근만의 문제가 아니다. 지난 11학기 동안 서울대에서 개설된 군 이러닝 강좌는 평균 3.09개에 불과했다. 특히 이번 학기 개설된 세 개의 강좌 중 ‘그리스.로마신화’와 ‘동양의 고전’은 모두 ‘학문의 세계-언어와 문학’ 교양 영역에 해당하는 강좌다. 세 개의 강좌 중 두 개의 강좌가 같은 교양 영역에서 개설된 것은 교양 이수 규정을 군 생활 동안 충족시키려는 군 휴학생들의 수요를 고려하지 않은 처사다. 나머지 한 강의인 ‘행정학서론’도 전공선택 과목으로 개설돼 수강하고자 하는 학생들이 제한될 수밖에 없다. 이처럼 서울대 군 원격강좌는 현재 학생들의 다양한 수학 요구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으며, 학업 단절 방지와 자기 계발이라는 군 이러닝 제도의 본래 취지를 무색하게 만드는 것이다.

이에 따라 군 원격강좌를 개선하라는 학생사회의 요구가 지속됐으나 본부의 대응은 지지부진하다. 제62대 총학생회 「자정」은 재작년 10월 열린 교육개선협의회에서 군 원격강좌의 수와 종류를 늘릴 것을 본부에 요청했다. 이에 본부는 2023년도 2학기에 최소 4개의 군 원격강좌를 개설하고 매년 최소 1개씩 추가로 촬영해 강좌를 증설하겠다고 약속했으나 끝내 지켜지지 않았다. 지난해에는 본부가 직접 2024학년도 1학기 개설을 목표로 신규 강좌 개발을 추진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번 학기 신규 강좌가 개발된 것은 사실이지만, 기존 3개의 강의 중 하나를 대체하는 형식으로 제공돼 절대적인 강좌 수의 문제는 여전하다. 2022년 2학기 군 원격강좌 최대 수강 학점 수가 증가한 이후 군 원격강좌 수강생이 2022년 1학기 357명에서 이번 학기 533명으로 49%가량 증가한 것을 감안하면, 본부의 약속은 제대로 이행됐어야 한다. 하지만 군 원격강좌는 2022년 1학기 4개에서 이번 학기 3개로 오히려 감소했다. 군 원격수업 인프라 구축에 시간이 필요하다지만 2년 동안 오히려 강좌가 감소한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군 휴학생도 서울대의 일원이다. 국방의 의무를 다하고 있는 이들이 군 복무 기간을 뜻깊게 보낼 수 있도록 학업을 지원하는 것은 대학의 의무기도 하다. 본부는 이제라도 학생사회와 했던 약속을 충실히 이행해 군 휴학생들이 복무 중에도 학업을 이어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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