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21일로 지정된 세계 인종차별 철폐의 날을 맞아 지난 17일(일) 여러 인권단체가 모여 이주민의 인권실태를 고발하는 집회를 열었다. 집회에서는 고용허가제의 차별성을 지적하며 고용허가제 도입 규모를 확대하기 이전에 제도 개선부터 시행돼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고용허가제는 내국인 인력을 구하지 못한 중소사업장이 정부의 허가를 받고 외국인 비숙련 인력을 고용하는 제도로, 정부는 지난해 11월부터 기존에는 12만 명이었던 고용허가제 외국인력 쿼터를 올해 16만 5,000명으로 대폭 늘려 일손 부족을 해결하겠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고용허가제가 적용되는 업종도 인력 확충이 필요한 음식점업, 광업까지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고용허가제가 이주노동자에게 차별적인 반인권적 조항을 포함하고 있다는 사실에는 눈감은 채, 자국의 노동력 문제 해결을 위한 수단으로 고용허가제 규모 확대에만 급급한 정부의 태도는 정당하지 않다. 

고용허가제는 이주노동자들의 이동할 자유를 박탈하는 등 차별적인 제도들을 포함하고 있다. 우선 고용허가제의 사업장 변경제한 제도는 영세 업체의 구인난을 방지하기 위해 사업주의 동의 없이는 이주노동자가 사업장을 변경하지 못하게 하며, 사업주의 동의를 받더라도 3년간 4회 이상, 재고용시 1년 10개월간 3회 이상 사업장을 변경할 수 없도록 규제하고 있다. 사업장이 휴업하거나 폐업한 경우와 임금체불, 폭행, 성폭행 등의 중대한 인권침해를 당했을 경우에는 사업주 동의 없이 사업장 이동이 가능하지만 인정 기준이 높고 증명이 어렵다. 심지어 사업주의 귀책 사유를 노동자가 증명해야 하는데, 한국어에 서투른 이주노동자가 외부 조력 없이 스스로의 힘으로 법적 절차를 밟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아울러 작년 9월부터 지역 소멸 방지를 명목으로 추가 적용된 권역 내 이동제한조치 또한 이주 노동자의 이동할 권리를 침해한다. 권역 내 이동제한조치는 전국을 다섯 개 권역으로 나누고 이주노동자가 직장을 옮겨도 그 권역을 벗어나지 못하게 하는 제도로, 실질적 강제 노동에 해당돼 강제근로의 위법성을 규정한 국제노동기구(ILO)협약 제29호 강제근로 협약을 위반한다. 이처럼 고용허가제에 대한 문제 제기는 계속되고 있지만, 제도를 수정하려는 움직임은 전무한 상태다. 

이동의 자유가 제한돼 열악한 현장에서 벗어날 방법도, 재취업의 길도 막힌 이주노동자는 차라리 미등록 체류자가 돼 고용허가제를 회피하려 한다. 올해 2월 기준 국내 체류 중인 외국인의 17.7%에 해당하는 41만 9,000명가량이 미등록 체류자며, 그 수는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이렇게 미등록 체류자가 된 이주노동자는 공적 안전망의 바깥에서 어떤 사회보장제도로도 보호받지 못한다. 이주노동자는 헌법적 권리인 이동의 자유를 행사하는 것임에도 미등록 체류자로 몰려 두려움에 떨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다. 

이주노동자는 사회 문제 해결을 위한 부품이 아니다. 내국인이 피하는 일자리의 공백을 채우기 위해 이주노동자를 데려오면서 그들의 열악한 처우는 눈감는 것은 국제적 지탄을 받을 비윤리적 정책이다. 이주노동자를 진정한 사회 구성원으로 포용하기 위한 제도 개선이 선행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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