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취재 | 파리올림픽을 앞둔 파리와 생드니를 찾다

 베르사유 궁전의 푸른 정원에서 펼쳐지는 승마 경기라니. 17세기 프랑스 회화 속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풍경을 곧 만나볼 수 있다. 100년 만에 파리에서 개최되는 하계올림픽까지 4개월을 앞둔 지금, 파리는 전 세계 관광객을 맞이할 준비로 분주하다. 2017년, 올림픽으로 인한 환경 오염, 과도한 지출로 인한 도시의 부담 등을 이유로 대부분의 도시가 올림픽 유치를 포기하며 올림픽 위기론이 대두된 가운데 파리는 ‘저비용 친환경’ 올림픽을 내세우며 개최지로 선정됐다. 파리올림픽은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문화유산 재조명 △친환경적인 도시 조성 △이주민의 사회 통합 등 다양한 무형의 유산을 남기고자 한다고 밝혀 주목받고 있다. 기자들은 센 강이 흐르는 파리 시내와 생드니를 직접 방문해 파리올림픽이 달성하고자 하는 지속가능성을 살펴봤다. 

 

문화유산의 도시 파리, 올림픽의 무대가 되다

▲콩코르드 광장에서 파쿠르를 즐기는 시민들.
▲콩코르드 광장에서 파쿠르를 즐기는 시민들.

◇파리의 문화유산, 경기장으로 재탄생하다=지난달 17일 기자들은 프랑스 혁명 기간 ‘혁명의 광장’으로 불리며 단두대가 설치됐지만 오늘날에는 ‘화합의 광장’이라는 이름을 갖게 된 콩코르드 광장을 방문했다. 이곳에서는 3X3 농구와 스케이트보드, 브레이킹 경기 등 다양한 어반스포츠 경기가 열릴 예정이다. 콩코르드 광장에는 파쿠르 시설, 농구 골대, 자전거 트랙, 정글짐 등이 갖춰져 있어 다양한 스포츠를 즐기는 시민들이 가득했다. 올림픽 시작 전부터 스포츠가 도심 속에서 활성화되고 있는 모습이었다. 이번 올림픽에서 사용될 경기장의 95%는 기존 시설을 활용하거나 임시 경기장을 건설하겠다고 밝힌 파리는 파리 시내의 다양한 문화유산과 관광 명소를 올림픽의 무대로 활용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에펠 탑 인근 마르스 광장에서는 비치발리볼 경기를, 한때 부상병 간호 시설로 활용된 앵발리드 안에서는 자전거와 양궁 경기를, 대형 전시장이자 박물관으로 활용되는 그랑 팔레에서는 펜싱과 태권도 경기를 만나볼 수 있게 됐다. 

이처럼 문화유산이 있는 도심에 임시 경기장을 설치하는 방식은 기존의 문화유산에 새로운 가치를 더하면서도 경기장 신설 비용을 절감하고 사후 관리의 부담을 줄인다. 영구적인 시설을 짓기 위해서는 넓은 부지가 있는 외곽 지역으로 가야하고 이에 접근하기 위한 교통수단과 편의시설을 건설하는 데 많은 비용이 들기 때문이다. 권영상 교수(건설환경공학부)는 “영구적인 경기장을 유지하고 관리하는 비용이 이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사회적 이익보다 크다면 임시 경기장을 짓는 것이 더 효율적일 수 있다”라고 말했다. 또한 파리는 친환경적인 자재를 활용해 조립식으로 경기장을 설계하고 사용된 자재들을 다른 건축물에 활용할 계획이다. 김나래 강사(프랑스 르 아브르 노르망디대 한국어학과)는 이런 경기장 활용 방식에 대해 “문화 도시인 파리가 소유한 유형과 무형의 자산을 모두 활용하고 있는 일”이라며 “파리 시민들은 역사적 건축물을 시대의 요구에 따라 적극적으로 변화시키고 잘 활용해왔다”라고 평가했다. 

◇개막식과 수영 경기의 무대로 변신하는 센 강=이어 기자들은 수영·마라톤·철인 3종 경기가 열릴 센 강을 찾았다. 강변을 따라서 파리의 각종 문화유산이 자리 잡고 있는 센 강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돼 있다. 파리 시민 노라 씨(42)는 “센 강에서 와인을 마시거나 산책을 하기도 한다”라며 센 강은 시민들의 추억이 깃든 공간이라고 전했다. 특히 이번 개막식에서는 160여 척의 배들이 각국의 선수를 태우고 센 강에서 수상 행진을 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세간의 이목을 더욱 집중시키고 있다. 이에 대해 강준호 교수(체육교육과)는 “지금까지의 올림픽 개막식은 경기장 안에서 그 나라의 문화나 역사 같은 삶의 모습을 보여줬다면, 실제 삶의 공간에서 역사와 문화를 보여주는 것은 파리올림픽이 처음이다”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파리는 센 강에서 개막식과 각종 종목을 성공적으로 실시하기 위해 센 강 정화 작업에 팔을 걷어붙였다. 파리는 1923년 수질 악화로 수영이 금지된 센 강을 정화하기 위해 한화 약 2조 원을 투입해 하수처리시설을 현대화하고 빗물 저장고를 설치하는 등 ‘센 강 수영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중이다. 하지만 기자들이 찾은 센 강은 갈색 빛을 띠고 쓰레기가 떠다니는 등 아직까지는 각종 행사가 열리기에 충분히 정화되지 않은 모습이었다. 파리 시민 케일린 씨(31)는 “센 강에서 수영을 한다니 믿을 수 없다”라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기도 했다. 파스칼 리코르델 교수(프랑스 르 아브르 노르망디대 경제학과)는 “강의 오염을 막기 위해 정부 차원에서 폐수 방류를 단속하는 등 강력한 규제를 시행할 것이며, 수영 선수들이 강에서 안전하게 수영할 수 있도록 수질을 지속해서 점검할 것”이라고 말했다.

센 강은 이를 통해 도시 주민들에게 한층 더 다가갈 뿐만 아니라, ‘친환경 도시 조성’이라는 파리올림픽의 무형 유산을 구체화하기도 한다. 파리는 올림픽 이후에도 센 강 정화를 이어가며 26개의 수영장을 만드는 등 파리 시민에게 질 높은 수변 공간을 제공할 예정이다. 마리 들라플라스 교수(프랑스 귀스타브 에펠대 기획도시계획학과)는 센 강의 변화에 대해 “기후변화가 심화하는 오늘날, 강은 도심의 온도를 낮춰주고 시민들이 더위를 피할 수 있는 공간이 된다”라며 강을 정화하는 일이 더욱 중요해졌다고 설명했다. 권영상 교수 또한 “도심 속 강은 도심의 공기를 환기시켜주고, 벌레나 물고기가 모이는 생태적 장이 된다”라고 말했다. 파스칼 교수는 “센 강 정화 작업은 올림픽을 개최할 때 친환경적인 개최가 중요하다는 정신을 갖게 하는 씨앗이 될 것이다”라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파리 외곽 생드니의 화려한 변신

▲올림픽 선수촌 공사 현장.
▲올림픽 선수촌 공사 현장.

◇활력을 얻고 있는 생드니를 찾다= 한편, 지난달 15일과 17일 기자들이 방문한 생드니에서는 파리올림픽을 위한 올림픽 선수촌과 수영센터 건설이 한창이었다. 파리 북동쪽에 위치한 생드니는 대도시의 외곽 지역을 뜻하는 속칭 ‘방리유’(banlieue)의 일부로, 이민자의 사회 부적응, 높은 청년 실업률, 부족한 학교 교육으로 인한 사회문제가 집중된 지역이다. 생드니 시청 크리스틴 벨라부안 연구원은 “현재 생드니 거주민의 38%가 이민자인데 북아프리카계, 중동계 등 다양한 배경의 이주민들이 다수 유입되면서 이민자들이 프랑스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는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라고 짚었다. 이에 프랑스는 파리올림픽을 계기로 생드니가 안고 있는 고질적인 사회문제를 해결하고 관광 및 경제 활성화를 도모하려 시도하고 있다. 파스칼 교수는 “파리올림픽을 통한 생드니의 개발은 주민들의 건강을 증진하고 사회 통합을 달성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번 올림픽을 계기로 생드니에 신설된 시설들은 올림픽 이후 주민을 위해 활용된다. 수영센터는 수영장뿐만 아니라 암벽등반 시설과 헬스장이 마련된 다목적 운동시설로 탈바꿈해 생드니의 주민들이 계속해서 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활용될 예정이다. 장 피에르 파올레티 씨(62)는 “현재 생드니에는 수영장이 없는데 건설되고 있는 수영센터가 생드니에 사는 주민들을 위해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크리스틴 연구원 또한 “올림픽을 계기로 생드니의 스포츠 활동이 활발해지고 주민들이 서로 화합하고 협력하는 스포츠 정신을 배울 수 있기를 기대한다”라고 덧붙였다.

나아가 올림픽 선수촌은 올림픽 이후 생드니의 거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주거 단지와 학교, 쇼핑센터, 녹지 공간 등으로 재탄생한다. 크리스틴 연구원은 “생드니에는 저소득층과 중산층이 이용할 수 있는 주거시설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이라며 사람들이 거주 가능한 시설을 확충할 필요성을 강조했다. 올림픽 선수촌에서 건설노동자로 근무하고 있는 메이든 씨(31)는 “올림픽 이후 선수촌은 2,000가구 정도를 수용하는 주거지와 상업용 건물 등으로 사용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현재 생드니의 새로운 주거지에 다양한 계층이 유입될 것으로 기대되는데, 마리 교수는 “중산층의 유입을 늘림으로써 생드니를 이루는 사회 구성원의 다양성을 높일 수 있기를 바란다”라고 전했다. 이를 통해 이주민들의 사회 통합이라는 파리올림픽의 무형유산을 남길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공사 중인 생드니 수영 센터.
▲공사 중인 생드니 수영 센터.

◇친환경적인 건설로 탄소 배출을 최소화하다=생드니에 만들어지고 있는 시설들은 지속가능한 올림픽이라는 목표에 맞게 친환경적으로 건설돼 환경 오염을 최소화한다. 폐기된 나무를 건축 자재로 재활용하는 등의 방식을 활용하는데 특히 수영센터 내의 모든 가구는 재활용 자재로 만들어지고 있다. 메이든 씨는 “건설 과정에서 재활용 건축 자재가 많이 활용됐다”라고 말했다. 또한 수영센터에서 사용하는 에너지의 약 90%가 재생 가능한 에너지로 충당된다. 마리 교수는 “프랑스는 기후 위기에 대비한 친환경 건축에 대해 오랫동안 청사진을 그려왔다”라며 “이번 건설이 기후 위기에 대비해 친환경적인 도시로 나아가기 위한 건축의 밑거름이 되기를 바란다”라고 전했다.

◇올림픽의 상징성을 갖춘 관광지로 거듭나다=궁극적으로 생드니는 이번 올림픽을 통해 기존의 낙후된 지역이라는 이미지에서 벗어나 매력적인 관광지로 거듭나려 시도하고 있다. 특히 생드니는 1998 월드컵의 주 경기장인 스타드 드 프랑스가 위치해 있어 오랜 스포츠 전통을 간직하고 있는데 여기에 2024 파리올림픽의 중심지라는 상징성이 더해져 평소 스포츠 관광을 즐기는 이들에게 흥미로운 구경거리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마리 교수는 “생드니 지역의 다양한 그라피티를 비롯해 실제 사람들이 사는 모습이 관광 요소로 활용될 수 있다”라며 “파리올림픽은 덜 알려진 관광지를 찾아다니고 발굴하는 관광객들을 겨냥한 대안적인 관광을 활성화하고자 한다”라고 밝혔다. 

 

지속가능한 올림픽을 위해서는

◇생드니 활성화 계획이 지속가능하려면=하지만 파리올림픽이 진정으로 지속가능한 올림픽이 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제기되고 있는 여러 문제들을 지켜보고 판단해야 한다. 먼저, 생드니 활성화가 장기적인 관점에서 실효성을 갖추기 위해서는 올림픽 이후의 지역 내 수요를 고려해 올림픽 시설을 설계할 필요가 있다. 권영상 교수는 “올림픽과 같은 큰 행사에서는 단시간 내 수요가 큰 폭으로 증가하고 감소하기에 시설이 충분히 활성화된다고 해도 행사 이후에 대부분 없어지고는 한다”라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나아가 올림픽 이후에도 생드니를 활성화할 실질적인 노력이 계속돼야 한다. 권영상 교수는 “일자리로 이어질 수 있는 산업을 유치하고 지역 주민들에게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라고 강조했다. 

▲부키니스트 장 기 씨가 매대를 둘러보고 있다.
▲부키니스트 장 기 씨가 매대를 둘러보고 있다.

◇소외되는 문화유산이 없도록=문화유산과 함께한다는 파리올림픽의 취지가 무색하게, 몇몇 문화유산들은 파리올림픽에서 소외되는 문제가 발생하기도 했다. 지난해 7월에는 유네스코 문화유산과 국가 무형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센 강변의 노천서점 부키니스트 거리를 프랑스 정부가 임시로 이전하려고 한다는 계획이 알려지며 논란에 휩싸였다. 30년간 부키니스트를 운영해 온 장 기 씨(74)는 “서점이 언제 철거될지, 운영하지 못하는 기간 동안 보상은 어떻게 되는지, 어떤 부키니스트들이 철거될지 제대로 된 안내가 없었다”라고 떠올렸다. 이어 그는 “부키니스트 중에는 부키니스트 운영이 수입원의 전부인 사람도 있고, 따로 책을 보관해 둘 수 있는 곳이 없는 사람들도 있다”라며 파리와 경시청이 부키니스트와 제대로 소통하지 못한 점에 대해 아쉬움을 표했다. 결국 부키니스트는 이전하지 않는 것으로 결정됐지만, 파리가 올림픽을 개최하는 과정에서 일부 문화유산을 홀대 했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었다. 

이뿐만 아니라 마르스 광장의 일부가 올림픽 기간에 폐쇄되면서 파리에서 가장 오래된 회전목마들과 전통 인형극인 기뇰(Guignol) 극장들도 이미 운영이 중지됐거나 순차적으로 임시 중단될 예정이다. 마르스 광장 주변의 생활권 보장을 위해 힘쓰는 샹 드 마르스 협회 코린 루아 부회장은 “전통 인형극 극장을 운영하는 주인들은 파리로부터 운영 중지를 통보받았고 통보도 매우 늦은 편이었다”라고 밝혔다. 이어 “올림픽 이후 전통 인형극 극장 주인들이 돌아오기는 하겠지만 기약이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문화유산 훼손을 예방하는 조치 이뤄져야=문화유산의 현장에서 올림픽이 펼쳐지다 보니, 문화유산이 훼손될 우려도 제기된다. 코린 루아 부회장은 “이미 오버투어리즘과 상업화로 마르스 광장의 잔디와 나무 상태가 악화됐는데 올림픽 이후 더 훼손될까 우려스럽다”라고 걱정했다. 김나래 강사는 “파리 전체를 경기장으로 만드는 과정에서 이미 많이 낡은 문화유산 건물들이 몸살을 앓을 것으로 예상된다”라며 “최대 관람객 수용가능성을 예측하고 문화유산 건물에 대한 영향 평가 및 방재시설 점검 등도 선행돼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올림픽의 유산이 이어지려면=올림픽의 지속가능성을 위해서는 올림픽 이후에도 올림픽 시설들과 해당 시설들이 위치한 도시를 대상으로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파스칼 교수는 “사적 조직은 올림픽이 끝나면 더 이상 올림픽에 관심을 갖지 않기 때문에 정부 차원에서 올림픽의 유산을 계속해서 점검하고 평가할 필요가 있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크리스틴 박사는 “정부와 독립적인 입장에서 올림픽의 효과를 측정할 수 있는 연구자들이 있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궁극적으로는 개최국과 IOC(국제 올림픽 위원회)의 협력을 통해 올림픽의 지속가능성과 도시의 지속가능성이 병존할 수 있는 방안을 계속 모색해 나가야 한다. 강준호 교수는 “개최 국가들이 올림픽을 유치했을 때 어떻게 발전할 수 있는지를 IOC와 깊이 있게 논의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파스칼 교수는 “파리는 올림픽 위기에 대응하며 IOC와 저비용 올림픽 모델을 만들기로 합의했다”라며 앞으로도 이런 합의를 통해 올림픽의 지속가능성을 발전시켜야 나가야 함을 시사했다.

 

다가오는 7월, 전 세계의 이목이 쏠릴 2024 파리올림픽은 올림픽의 지속가능성을 평가하는 시험대에 놓였다. 파리의 다양한 문화유산과 깨끗해질 센 강, 그리고 활력을 찾을 생드니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스포츠 경기를 상상하며, 아름다운 파리올림픽의 광경을 기대해 보면 어떨까. 지속가능한 새로운 올림픽 모델을 제시하고자 하는 파리올림픽의 행보에 주목해 보자.

 

삽화: 김예라 기자 

siksik0928@snu.ac.kr

레이아웃: 오소영 레이아웃 기자

ohsoyoung200@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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