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 실적물 심사 공정성 놓고 대립

98년 8월 31일 재임용 탈락 이후 지난 29일(월) 무기한 천막농성 돌입까지 5년 동안의 김민수 교수의 재임용 탈락을 둘러싼 쟁점을 살펴본다.

 

 

▲재임용 심사 과정

 

 

김민수 교수는 지난 94년 9월 1일부로 미대 산업디자인과(현 디자인학부)조교수로 임용돼 98년 8월 31일 임용기간이 만료돼 재임용 과정인 연구실적물 심사를 받았다. 김 교수는 총 3차의 심사과정을 거쳤으나 연구실적 미달로 불합격 판정을 받았다.

 

 

미대 인사위원회에서 투표를 거쳐 가4,부1로 재임용을 추천하기로 의결했으나 본부는 “기간 내 연구 실적 200%(단독연구논문 1편을 100%로 인정)라는 규정의 미달자를 추천한 것은 지침에 위배된다”며 98년 8월 31일 김민수 교수를 재임용 제외자로 최종 결정했다.

이에 김민수 교수는 “3차 심사까지 제출한 800%의 연구실적 중 2차, 3차에서 각각 1편씩 합격점을 받아 기간 내 200%라는 기준을 만족시켰다”며 “학교 연구실적 심사 기준에는 기간 내 200% 이상이라고만 명시돼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교무처장 김우철 교수는 “규정은 동일 심사에서 200%를 만족시켜야 한다는 것”이라며 “규정에 명시돼 있지 않아도 관행으로 행해져 왔다”고 주장했다.

 

 

김민수 교수는 “제출한 연구실적 중 저술상 수상 등으로 객관적인 인정을 받은 실적물에 대한 불합격 심사결과를 신뢰할 수 없다”며 연구 실적물 심사의 공정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99년 2월 19일 서울행정법원 소송시 법원에 제출한 권영민 교수(국어국문학과), 성완경 교수(인하대․미술교육과)의 심사보고서 감정서는 심사보고서가 공정성과 객관성이 결여돼 부실하다고 평가했다.

 

 

총 4장으로 구성된 저서 『21세기 디자인 문화탐사』에 대한 한 심사보고서는 “이 책은 5장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서술하며 “제 5장은 ‘한국 디자인의 도(道)’와 ‘철학부재의 한국 디자인’을 다루고 있는데, 제목부터 편견이 엿보인다”고 심사했다. 또 다른 평가보고서에는 “필자의 시각이 바로 자신이 비판하는 ‘디자인 사대주의’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중략) 필자가 참고 인용한 수십 권의 서적은 전부가 구미의 이론의 저서이다”라고 서술했다.

이외에도 김민수 교수 측은 1차 심사에서 불합격된 실적물이 3차 심사에서는 합격된 점, 한 실적물에 대한 심사 점수가 ‘수’에서 ‘양’으로 편차가 심한 점 등에서 심사의 부실함을 알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디자인학부 교수들은 2000년 5월 16일 기자회견을 갖고 “심사 대상 논문의 ‘베껴쓰기’가 심각한 문제로 제기돼 재임용에서 탈락한 것”이라고 주장했으며 “심사 대상 연구실적물 8개 중 세 가지에서 표절 의혹이 나타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한 반박으로 김민수 교수는 “논문의 시작에 원저자의 분석틀에 근거한다고 명시했으며 연구의 성격과 분석틀에서 분명한 차이점이 있다”고 주장하며 “표절의혹에 대해 학술적으로 논쟁하기 위해 제 2차 공대위 공청회를 열어 미대 측의 출석을 요청했으나 미대 측은 응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친일 인사 행적 거론 논쟁

 

 

김민수 교수는 지난 96년 개교 50돌 기념 심포지움 ‘한국현대미술교육과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1946∼1960’에서 연구논문 「서울대학교 미술대학의 디자인․공예교육 50년사: 1946∼1996」을 발표했다. 김 전 교수는 이 논문에 서울대 미대 초기 교수진의 친일활동을 밝힌 기존의 연구 결과를 각주로 인용했다. 11월 20일 전체 미대 교수가 참석한 가운데 미대 교수 간담회가 열려 논문발표 동기에 대한 김민수 교수의 해명을 요구하는 자리가 있었으며 이날 김 교수는 “발표된 내용에 문제가 있다면 동일한 발표의 형식을 통해 논의가 이뤄져야 하는 것이 정상적인 학문하는 자세”라고 주장했다. 김민수 교수는 이 논문에 대해 “건강한 학문적 토대 위에 발전적 교육이 있다고 생각해 발표한 것”이라고 밝혔으며 “서울대의 권위주의적 폐쇄성에 학문의 다양성이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대 측은 미대 초기 교수진의 친일 행적 언급이 김 교수의 재임용 결과에 영향을 주지 않았냐는 의혹에 대해 2000년 2월 미대 측이 제출한 문건에서 “해당 논문은 98년 실시한 재임용 연구실적 심사대상 논문이 아니었다”고 주장했으며 미대 디자인학부장 백명진 교수 역시 “별개의 무관한 일”이라고 말했다.

 

 

▲법원에서는?

 

 

99년 1월 29일 김민수 교수는 서울행정법원에 교수 재임용거부처분 취소청구소송을 제기했다. 2000년 1월 18일 1심 선고에서 “원고의 재임용 거부의 근거가 된 연구실적 미달의 구체적인 심사이유와 그 근거가 밝혀지지 않는 이상, 이 사건 재임용 거부처분이 합리적인 기준에 따라 공정한 심사를 거친 것이라고 볼 수 없다”는 원고 김민수 교수의 승소판결이 났다. 같은 해 2월 1일 서울대는 ‘재임용 연구실적 심사에서의 불합격판정 근거’를 제출, 고등법원에 항소했으며 고등법원은 8월 31일 “재임용제도는 사법적 심사의 대상이 아니다”라고 원심판결을 취소하고 사건을 각하시켰다. 이에 2000년 9월 16일 김민수 교수가 대법원에 상고해 현재 약 3년 동안 계류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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