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동규 지음, 문학과 지성사, 6천원, 117쪽
황동규 시인의 새 시집. 컴퓨터 키보드와 불타, 그리고 예수가 만나는 시적 공간 속에서 몇백 년의 시간과 속세의 사상 차이는 자연스레 융화된다. 시인은 ‘사는 것과 태어나고 죽는 것은 괴리된 것이 아니라 경계 없는 단일체’라는 깨달음을 특유의 지성적 어조로 풀어내려간다. 특히 그의 시 ‘영포, 그 다음은?’에서 사용된 영포와 마이너스포는 만리포, 십리포에서 영감을 얻어 시인이 직접 창작한 새 단어로 ‘무의 세계’와 ‘삶 그 이전의 세계’를 표현하고 있다.

또 ‘십자가 위에서도 고통은 끝내 자기 속내를 다 보여 주질 않데’, ‘지금껏 나는 그대가 고통보다는 환희의 존재라고 생각했지’와 같이 시집 곳곳에 드러나는 예수와 불타의 친근한 대화가 인상적이다. 여기서 시인은 정확히 대화의 뜻을 명시하지 않으나, 그 대화에서 전달하는 ‘마음’은 잔잔한 물결처럼 읽는 이를 적신다.

『꽃의 고요』는 쉽사리 이해할 수 없는 존재의 성찰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3년 동안 그가 얻은 깨우침을 ‘시’로써 함께 누린다는 것은 고통스럽지만 즐거운 경험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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