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에 길이 있다’는 말처럼 철학에 다가가기 위한 길 역시 좋은 철학 입문서를 읽는 데서 시작할 수 있다. 『철학이야기』(윌 듀란트, 문예출판사)는 여러 철학과 교수님들의 꾸준한 추천을 받는 철학 입문서다. 이 책은 플라톤, 스피노자, 칸트, 니체 등의 생애와 사상을 옛날이야기처럼 서술해 철학사조와 주요 철학자들에 대한 굵직한 흐름을 파악하는 데 도움을 준다. 『위대한 철학자들』(브라이언 매기, 동녘)도 막막한 입문자를 위한 친절한 안내서다. 영국 BBC 텔레비전에서 철학과 교수인 저자와 각 분야 권위자가 철학자들의 사상에 대해 나눈 대담을 엮은 책이다.

철학자 중심의 책이 아닌 철학 역사책을 읽고 싶다면『서양철학사』(스털링 P. 렘프레히트, 을유문화사)를 펼쳐보자. 고대 그리스-중세-근세로 이어지는 ‘철학의 역사’를 비교적 쉽게 풀어쓴 책이다.

‘철학책’이라고 하면 글씨가 빽빽한 두꺼운 책을 떠올리는 이들에게는 『철학의 문제들』(버트란드 러셀, 이학사)을 추천한다. 20세기의 대표적인 철학자 버트란드 러셀이 인식론에 관련된 철학적 문제들을 간단명료하게 다뤘다. ‘누구라도 의심의 여지가 없이 확신할 수 있는 지식이 세상에 있을 수 있는가?’와 같은 물음에 대한 답을 찾다 보면 철학적 사고력도 기를 수 있을 것이다.

어렵게만 느껴지는 현대철학에 도전해보고 싶다면 『현대철학의 흐름』(박정호 외, 동녘)을 읽어보자. 후설, 아도르노, 푸코 등 현대철학 각 분야의 철학자들과 그 사상에 대한 전공자들의 글이 실려 있다.

어느 정도 ‘감’을 잡았다면 이제 원전을 통해 철학자들의 목소리를 직접 들어보자. 『향연: 사랑에 대하여』(플라톤, 문학과 지성사)는 비교적 쉽게 읽을 수 있는 철학 원전이다. ‘서양 철학의 원형’이라 일컬어지는 플라톤의 저서 중에서도 『향연』은 ‘사랑’이라는 친근한 주제를 대화와 토론 형식으로 구성한 짧은 책이라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책의 내용을 단순히 이해하는 것에서 만족하는 것은 금물. 비판적으로 생각하고 논증하는 과정을 통해 철학적 사고력을 기르고 싶다면 『성찰』(르네 데카르트, 문예출판사)을 추천한다. ‘나는 생각한다. 그러므로 나는 존재한다’를 비롯한 데카르트의 치밀한 논증들을 읽다 보면 철학적 사고에 필요한 논리적 분석력을 함께 기를 수 있다.

동양철학에 관심이 있다면 『동양철학의 유혹』(신정근,이학사)을 통해 동양철학의 개괄적인 내용을 살펴볼 수 있다. 유가, 도가, 불가뿐 아니라 동아시아 비주류 철학의 기본 개념까지 함께 설명하고, 현실 문제들을 동양철학의 관점에서 해석하는 방법을 보여준다.

『21세기의 동양철학』(이동철 외, 을유문화사)은 ‘21세기 한국’의 관점에서 동양철학의 개념을 설명한 책이다. 인(仁), 의(義), 도(道) 등 동양철학의 주요 개념들에 대해 쓴 1부는 입문자가 읽기에 버거울 수 있으나, 인공지능[]인간 복제 등 현대의 화두를 동양철학의 입장에서 풀어쓴 2부는 쉽고 흥미롭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원서를 읽으며 영어와 철학을 동시에 공부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Core questions in philosophy: a text with readings』(Elliott Sober, Prentice Hall)는 미국 대학에서 널리 쓰이는 철학개론서다. 철학이 다루는 문제와 방법에 대해 쉽게 쓰여 있어 원서로 읽어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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