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폴레옹이 해외 원정 중 통솔 부대 내에 이상기류가 흐르는 것을 감지하고 부관에게 상황 파악을 명령한 적이 있다. 부관은 평균치의 두 배 이상의 인명피해가 파악되며 부상과 전사의 상당수가 자살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나폴레옹은 자살기도에 실패한 병사를 즉각 색출해내 공개총살에 처하라는 처방을 내린다. 그러나 철저한 조사나 추궁에도 불구하고 본인의지로 죽거나 다친 자와 교전이나 전쟁고(戰爭苦)로 생사의 갈림길에 서게 된 자를 구분해내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이 판명되었고, 나폴레옹의 위협전략은 철회된다.



우리나라에서 자살이 전체 사망 원인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지난 10년 사이 두 배로 증가해 교통사고로 인한 사망을 앞질렀다. 특히 경제난 때문에 자살하는 사람에 관한 보도를 심심찮게 접한다. 경제 불황기에 생활고 때문에 자살하는 사례가 증가하는 것은 일반적 현상이나 근자의 사례들은 국내 가계경제의 체질변화와 밀접한 관련성을 지닌다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지난 2∼3년간 수억 장의 신용카드가 발행되었고 한때 은행에서 주택거래가의 90%에 달하는 담보대출을 받을 수 있었다. 소비진작과 신용사회구축이라는 목표를 어느 정도 달성하였는지 모르겠으나, 개인부채와 부동산 경기에 의존하는 미국식 경제모델을 따라가려다 위기를 자초한 것은 아닌가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340만 명에 달하는 신용불량자와 과도한 가계부채는 나라경제를 휘청거리게 하는 주범으로 지목될 뿐 아니라, 경제고를 비관한 자살이 이 사회가 조장한 죽음이 아니냐는 주장에 힘을 실어주는 근거가 되기도 한다.



혹자는 빚 때문에 스스로의 목숨을 끊는 것이 무책임하고 충동적인 만큼 이를 개인의 도덕적 과실로 봐야 한다고 주장할지도 모른다. 자식과 배우자까지 죽음으로 내몬 사례까지 종종 보게되는 것을 보면 엇나간 생각이 아닌지도 모른다. 하지만 극단적 선택이라 해서 충동적인 것만은 아니다. 배우자에게 고단한 삶의 짐을 지우고 자식에게 가난이 대물림될 것이 뻔함에도 어찌할 도리 없다는 판단이 서 내리게 된 ‘냉정한 결론’일 수도 있다.



휘하의 병사가 군인으로서 책임을 다하다 전사한 것인지 군기강을 문란케하는 자살을 범한 것인지 나폴레옹 입장에서 분간하기 힘들었고, 가정경제 파탄을 비관한 죽음에서 신용정책의 오판을 추궁해야 할지 개인의 비도덕성을 탓해야 할지 역시 판단키 힘들다. 하지만 나폴레옹의 대응책은 곱씹어볼 만하다. 나폴레옹은 전술과 병영관리상의 문제점을 살피지 않은 채 위협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들다 보니 ‘이상기류’의 원인도 파악 못하고 분위기 쇄신도 이끌어내지 못했다. 나폴레옹은 병사들의 고민을 면밀히 살펴보고 대책마련에 나서야 했다. 당면한 가계신용위기극복 또한 중산층과 저소득층에 대한 세세한 배려와 함께 진척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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