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과 세계』 는 올해 상반기호에서 ‘해방 60년, 다시 대한민국을 묻는다’라는 주제 기획을 준비했다. 각각 ‘역사’와 ‘좌표’로 나뉜 1부와 2부에서 21명의 학자들이 한국의 과거와 현재를 진단했다.

1부는 한국 현대사 전반에 대한 해석이다. 「식민지 유산과 대한민국」에서 「지구화 국면의 세계화와 21세기 대한민국」까지가 그 범위다.

조희연 교수(성공회대[]사회과학부)는 「87년 체제와 민주개혁운동의 전환적 위기: 그 원인과 대안의 탐색」에서 현재 진보세력에 대해 “반부패나 재벌 개혁과 같이 국민적 합의가 쉬운 개혁 영역의 소멸과 함께 위기에 처했다”고 분석했다. 또 그는 진보진영 위기의 원인으로 구호 중심의 운동에서 정책적 대안을 가진 운동으로 전환하지 못한 점 등을 들었다. 이어 “위기 극복을 위해서는 개혁의 초점을 양극화 현상 완화 등 사회경제적 개혁에 맞추고 민주진보운동을 지역사회의 풀뿌리 운동으로 확산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2부에서는 한국사회의 이념적 좌표에 대한 분석이 이어졌다. 「보수주의의 뒤틀린 역사와 전망」에서 정해구 교수(성균관대[]사회과학부)는 국가 지배이데올로기로 기능해온 한국 보수주의의 흐름을 분석했다. 그에 따르면 일제 시대의 군국주의적 국가주의를 원류로 형성된 한국 보수주의는 해방 직후 냉전반공 이데올로기로, 박정희 정권 시기에는 개발주의와 안보주의의 결합으로 나타났으며, 민주화와 탈냉전 이후에는 색깔론이나 박정희신드롬으로 이어지고 있다. 또 정 교수는 최근의 뉴라이트 운동에 대해 “과거의 한국 보수주의를 추종하는지, 서구의 전통적 보수주의를 지향하는지, 신자유주의적 지향을 추구하는지 그 지향점이 불분명하다”고 언급했다.

박명규 교수(사회학과)는 「분단체제, 세계화 그리고 평화민족주의」를 통해 한국사회 민족주의의 좌표를 짚었다. 박 교수는 한국 민족주의를 세 가지 유형으로 구분했다. 그에 따르면 혈연의식[]과거사 경험 공유를 바탕으로 형성된 민족주의는 세계화와 한국사회의 분화로 단일민족 정신이 차차 희석됨에 따라 약화될 가능성이 있다. 반면 분단 이후 반공이념과 결합돼 형성된 이른바 국가주의적 민족주의는 “민주화의 진전으로 국가권력과 시민사회의 결합이 늘어나 국가의 공적 담론이 집단적 정체성의 자원이 될 기회가 높아지면서” 강화될 수 있다. 경제성장, 국위선양을 내세운 스포츠 경기 등이 대중에게 적극적으로 지원받는 것에서 이러한 유형의 민족주의가 드러난다. 마지막으로 전쟁[]산업화를 경험하지 않은 젊은 세대를 주축으로 한 새로운 유형의 민족주의는 2002년 월드컵에 뒤이은 반미시위에서 분출된 새로운 집단주의 등을 통해  살펴볼 수 있다.

이 밖에 한국의 환경과 여성을 살펴보는 「한국의 근대화와 생태주의」, 「국가주의 페미니즘을 넘어: 개인과 차이, 연대의 감수성으로」 등이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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