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철학집담회

철학적 합리성과 경제학적 합리성의 차이는?

경제철학집담회

경제학의 시조로 꼽히는 아담 스미스가 ‘경제학’교수가 아닌 ‘철학’교수였다는 사실을 아는가? 하지만 경제학이 수학화[]정교화되면서 철학과 경제학은 서로 멀어졌고, 현재에 이르러서는 상호간의 ‘대화’조차  어려운 지경이 돼버렸다.


인접학문과의 대화를 추진해온 서울대 철학과는 이러한 문제의식 아래 2002년 3월부터 철학과와 경제학과를 비롯해 다양한 전공의 교수들이 참여하는 ‘경제철학집담회’를 매달 개최해오고 있다.

지금까지 주로 논의돼온 화두는 경제학과 철학의 공통된 주관심사이면서도 양쪽의 현저한 시각 차이를  드러내는 주제인 ‘합리성’이다. 경제학에서 말하는 합리성이란 주어진 목적을 가장 잘 달성할 수 있는 수단을 선택하는 ‘도구적 합리성’이다. 반면 철학에서 도구적 합리성은 의사소통의 합리성, 도덕적 합리성, 절차적 합리성 등 수많은 합리성들 중 하나일 뿐이다.

「경제적 합리성 비판」(『철학사상』20호, 2005년 6월)에서 이정전 교수(환경대학원)는 두 학문 간의 연계점을 시사했다. 이 교수는 “경제학은 ‘인간의 욕망’으로 사람들의 행동을 설명하지만 정작 그것의 형성과정이나 정당성에 대해서는 진지하게 성찰하지 않는다”며 “주어진 욕망을 가장 잘 충족시키는 수단을 찾는 것이 경제적 합리성이라면 욕망 자체를 성찰하는 것이 철학적 합리성”이라고 설명했다.

이남인 교수(철학과)는 「경제적 합리성에 대한 철학적 반성」(『인문논총』53호, 2005년 6월)에서 “수리적 연구방법이 수리물리학 등 실증적 자연과학에서는 유효하지만 경제학에서는 그렇지 않다”고 지적했다. 수리경제학이 고안해낸 수학적 모델은 완전경쟁상태 혹은 ‘합리적 공동체’를 상정하고 모든 경제주체들이 치밀한 계산 하에 합리적인 경제행위를 한다고 가정하는데 현실의 경제현상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또 이 교수는 일군의 경제학자들이 “개인만이 합리성의 담지자가 될 수 있다”다고 주장하는 것에 대해서 “긴 역사와 전통을 가지고 있는 사회의 경우 나름의 초개인적 ‘정신’을 가지고 있으며 그 ‘정신’은 대개 개인 위에 군림하고  사회적 합리성을 구성한다”고 반박했다.

경제학의 합리성에 대한 반성은 경제학 내부에서도 수행됐다. 김완진 교수(경제학부)는 「경제적 합리성과 게임이론」(『철학사상』20호)에서 “기존 경제학의 관점에서 보면 주어진 상황에서 개인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행동만이 합리적이지만, 상호의존적인‘게임적 상황’에서는 사회적 준칙을 따르는 행동도 합리적”이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그 예로 합리적인 선택이 도리어 자신의 이익을 해치는 결과를 가져오는 ‘죄수의 역설게임’이 반복될 경우 사람들의 행동이 달라지는 것을 들었다. 이 경우 사람들은 다음 게임에서 자신이 배신당하지 않기 위해 배신하지 않고 협력관계를 구축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는 기존 경제학에서 잘 설명되지 않는 집단적[]사회적 합리성의 존재 근거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한편 이 집담회에서는 마르크스 철학[]경제학도 논의되고 있다. 지난 22일(수) 열린 집담회에서는 마르크스 비판이론의 변천과정에서 나타나는 인식론적 문제와 마르크스의 공황분석이 가지는 의의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기도 했다. 경제철학 집담회는 지금까지 꾸준히 논의돼온 합리성을 비롯해 앞으로 경제윤리, 경제사, 재정문제 등 경제철학 전반에 걸친 주제들을 다룰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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