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지원 정치학과 석사과정

와인&치즈 파티’에 단 한 번도 참여해 본 적 없는 학생이다. 파티에 치즈가 부족했다는 독자투고를 보고 이 기회에 파티 형식을 바꾸는 것이 어떨까 하는 제안을 한다.

내가 ‘랭귀지 익스체인지’ 등 외국인 친구들과 할 수 있는 일에 관심이 많지만, 와인&치즈 파티에 갈 생각이 들지 않았던 이유는 단순하다. 첫 번째로 와인이나 치즈에 대해 평소에 그다지 관심과 지식도 없는 내가 공연히 그런 자리에 갔다가 망신이나 당하면 어떡하나 하는 걱정 때문이고, 두 번째로 연구 주제와 관련해 내가 만나고 싶은 외국인 친구들은 주로 태국이나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권에서 온 학생들인데  ‘파티’에 가도 그런 학생들을 만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와인&치즈 파티를 여는 목적은 ‘우리 대학에 재직·재학 중인 외국인 교수, 연구원, 학생들의 학내외 생활 적응을 돕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학교를 다니다 보면, 언어교육원 수강생을 포함해 서울대에 교환학생으로 와 있거나 재학 중인 대부분의 외국인 학생들은 일본과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권 학생이다. 파티에 참석하는 ‘외국인’이라고 하면 전형적으로 서구에서 온 학생들을 떠올리게 되는데 이들은 구내식당에서 매 끼니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경우가 많다.  그런 외국인 학생들을 부르는 데 와인과 치즈를 준비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
내가 생각하는 ‘국제화’란 서울대생들 모두가 서구의 ‘격조 높은’ 문화를 배우고 익히는 것이 아니라, 세계 어느 시장 골목에 가든 그 나라 서민들이 먹는 음식을 배부르게 먹을 수 있는 능력을 기르는 것이다.

와인과 치즈에 익숙한 일부 외국인 학생들의 한국적응을 돕겠다는 취지라면 잠시 ‘고향의 맛’을 선물하기보다는 한국식 매점이나 분식집에서 손쉽게 사먹을 수 있는 음식들에 익숙해지도록 안내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 외국인 학생과 한국 학생 모두의 ‘국제화’를 위해 한국의 서민 음식인 김밥, 떡볶이부터 피자, 볶음국수, 팔라펠 등 세계 각 문화권의 서민 음식을 배부르게 먹을 수 있는 잔칫상을 마련한다면 비용도 절감하는 한편 참석자들의 배고픔도 해결하고 세계를 보는 시야도 넓힐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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