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보다 전공 공부를 열심히 하고 싶다. 내가 대학에 입학한 1974년 4월에는 소위 “민청학련” 사건이 터져 1학기에 한 달 이상 학교 문을 닫았고 2학기에도 데모가 일어나자 또 다시 한 달 가까이를 쉬었다. 1학년 때 어느 과목도 교과서 하나를 제대로 마치지 못했다. 대학 4년 내내 야학 다니며 거의 매일 저녁 청소년 노동자들을 가르쳤고 학생운동 한다며 사회과학 서적을 열심히 읽다 보니 전공 공부는 시험 때나 겨우 하게 됐다. 이러다 보니 유학을 나가 대학원에서 공부할 때 많은 고생을 했다. 젊었을 때 전공지식의 기반을 좀 더 닦았더라면 보다 일찍 눈이 트이고 성숙된 과학자가 되었을 것이라는 생각을 가끔 한다. 대학시절에 사회문제에 대해 순수하고 정열적으로 접근한 것이 나의 삶과 가치관을 구축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지만, 전공에 대한 열정도 그만큼 가졌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진하게 남아있다.

 

 

그리고 운동을 열심히 하고 싶다. 나는 중고등학교 때 무술, 등산, 역도 등을 하여 좋은 체력을 가졌었는데 대학에 들어와 친구들과 토론을 좋아한 데다 폭압체제에 대한 반발, 마음 한 귀퉁이에 자리잡고 있는 허무에 대한 동경 등이 복잡하게 얽히며 술, 담배를 좋아하게 되었고 이런 습관은 그로부터 20년 가까이 계속됐다. 건강이 나의 연구활동을 생산적으로 만들어주는 것은 물론 정신 활동을 풍요롭게 해준다는 것을 절실하게 느끼는 지금은 운동을 중단했던 것이 너무나 후회스럽다. 창조력은 건강한 육체에서 나온다고 나는 믿는다.

 

 

그리고 가급적 많은 외국어를 배우고 싶다. 여러 나라 사람들과 교류하다 보니 생산적으로 일하기 위해서는 물론 그들의 생활과 문화를 이해하는 데에는 현지 언어를 구사하는 것이 제일 중요한 것을 느낀다. 영어는 거의 세계 공용어가 되었으니 당연히 배워야 할 것이다. 가깝고도 먼 나라 일본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우리와 밀접하게 얽혀있으니 일본어도 유용하다. 중국과 러시아 대륙을 기차로 횡단하며 시골 구석구석을 방문하고 싶으니 그 나라 말도 잘 했으면 좋겠다. 식당에 가서 와인과 음식을 제대로 주문하려면 불어나 이태리어도 기본 회화는 해야겠다. 영미 문화에 중독되어 있는 우리에게는 다소 낯설지만 멋있게 보이는 라틴 나라들을 방문하여 호방하게 놀아보고 싶으니 스페인어도 조금은 하고싶다. 일할 때나 놀 때나 어학능력은 큰 재산이다.

 

 

그리고 역사와 종교에 대하여 진지하게 공부하고 싶다. 나는 은퇴하면 박물관의 서가에서 일하고 싶다. 어렵게 찾은 고서적의 한 줄에서 의미를 발견하여 미소 지을 수 있는 실력이 되려면 한문을 배워야겠다. 1년에 몇 번씩은 절에 가서 스님에게 직접 지도를 받고 싶고, 가끔 카톨릭 수도원에 들어가 노동과 금욕생활을 하고 싶다. 또 이태원의 이슬람 사원에 가서 엎드려 경배하고 무속인들과 만나 황당하면서도 신비로운 예언이나 귀신 이야기를 듣고 싶다. 언젠가는 「종교와 생명(과학)」이란 제목으로 책을 쓸 수 있을 정도로 많은 연구를 하고싶다.

 

 

돌이켜 보면 대학생활이 인생에서 가장 풍요로운 시기이다. 자기 스스로 시간을 조절할 수 있고 여유시간도 꽤 있고 특별히 누구의 간섭을 받지 않는다. 이러한 황금시간은 대학 졸업 후 직장에서 은퇴할 때까지 다시는 오지 않는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후학들은 나처럼 ‘…했더라면’이라 아쉬워 말고 이 시기를 보람되고 미래를 준비하는 자세로 살아가기를 권고하고 싶다.

 

김선영

자연대 교수․생명과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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