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28일 한-미 FTA 저지를 위한 관련 단체들의 연대 모임인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범국민운동본부’가 발족됐다. 영화인ㆍ농축수산 대책위원회를 포함해 교수ㆍ학술단체공동위원회, 보건의료분야대책위원회 등으로 구성된 운동본부는 “국민적 토론과 합의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되는 한-미 FTA에 반대한다”고 밝히며 본격적인 저지운동에 들어갈 것을 선언했다.

지난 2월 3일 한-미 FTA 체결을 위한 협상이 워싱턴에서 공식 개시된 이후 정부가 보여준 일련의 태도는 이러한 반대모임을 낳기에 충분했다.

정부는 본격적 협상 체결 시작 전 미국 측이 제시한 스크린쿼터제 축소, 광우병 파동 이후 금지됐던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 등 4대 선결조건을 ‘자진해서’ 들어줬다. 게다가 협상 타결 시한도 내년 3월로 못박았다. 칠레, 싱가포르와의 FTA 체결이 각각 2년, 1년 이상이 걸렸다는 사실을 감안할 때 가장 ‘특별한’ 대상인 미국과의 협상 기간을 이렇게 촉박하게 잡은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들다.  

무엇보다 정부는 협상과정에서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내기 위한 최소한의 노력도 보이지 않았다. 정부는 국민에게 내용을 알리고 토론을 하기 위한 공청회를 20분 만에 형식적으로 치르는 등 대통령 훈령 제121조에 명시된 FTA 절차 규정도 어긴 것으로 알려졌다. 또 “협상전략을 노출할 수 있다”는 이유로 관련 정보를 공개하지 않는 외교부의 태도도 협상방향과 목표를 세세하게 공개하고 있는 미국 무역대표부의 태도와 대조된다.

찬성론자들은 전세계에서 가장 큰 내수시장을 갖고 있는 미국시장이 개방되면 수출이 증가될 것이며 시장개방을 통해 국내 산업의 경쟁력도 강화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러한 장밋빛 전망에 대해 제기되고 있는 반론 역시 설득력 있게 들린다. 지난 3월 17일 교수학술공대위가 개최한 ‘한미 FTA와 한국사회’ 세미나에서 이해영 교수(한신대ㆍ국제관계학부)는 “한국 정부는 FTA를 체결하면 통상마찰이 없어질 것이라고 기대하지만 그것은 우리만의 생각일 뿐”이라며 “미국은 통상법 301조, 반덤핑 관세법을 삭제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서비스업 경쟁력 강화 가능성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우리나라 서비스 산업의 낮은 생산성은 단순히 경쟁부족 때문만이 아니라 복지제도 미비로 인한 과잉고용 압력 등 구조적 특성에서도 기인한다는 것이다. 현재처럼 과잉고용이 심각한 상황에서 서비스 시장이 지금 추진되는 방식으로 급격히 개방되면 엄청난 실업문제가 닥칠 것으로 예상된다. 낙관론자들은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실업자들이 더 생산적인 일자리를 찾을 것으로 가정하고 개방의 이득만을 말한다. 그러나 우리나라 대부분의 서비스업 종사자는 생산성 높은 업종으로 전직할 만한 기술이 없어 개방 이후 실업자로 머물 확률이 높을 것으로 예측된다. (「서울경제신문」 3월 19일자, 장하준 교수 칼럼에서 인용)

또 ‘개방을 통해 이익이 발생한다’ 면 그 이익이 사회 전체에 골고루 나눠질 수 있는 이익인가, 또 그 이익을 위해 치러야 하는 대가가 어떤 것인가에 대해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러한 우려에 대해 ‘한-미 FTA는 생존을 위한 필수전략’이라는 당위적이고 동어반복적인 찬성논리는 촉박하고 중대한 사안에 어울리지 않는 대책 없는 낙관론으로밖에 들리지 않으며, 졸속행정ㆍ비밀주의란 비난과 우려에서 벗어나기 위한 답변으로는 불충분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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