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 조흥식 교수(사회복지학과)

세월은 어김없이 흘러가고 있다. 월드컵 4강 신화를 이룬 2002년 그 해 여름에 총장 선거를 치른지 어언 4년이 흘렀다. 이제 또 다시 4년간 학교를 책임지고 이끌어 갈 새 총장을 뽑는 시점에 와 있다. 새 총장에게 거는 기대가 커짐은 대학 구성원의 한 사람으로서 갖게 되는 권리이자 의무이다. 이러한 기대는 구성원의 한 사람으로서 총장이 반드시 이루어야 할 것을 하도록 밀어붙일 수 있는 권한을 가진 점에서 권리이며, 동시에 이루어야 할 것을 총장과 함께 해나가야 한다는 점에서는 의무인 것이다.

새 총장은 무엇보다도 대학이 갖고 있는 고유한 아카데미즘을 지켜낼 수 있어야 한다. 지식생산기반 구축과 인재양성이라는 서울대의 당면과제를 교육과 연구의 실질적 내용을 토대로 하는 학문정책보다는, 입시정책이 중심이 되는 교육 논리나 대학을 개혁한다는 명분으로 효율성과 이윤 개념을 강하게 도입하는 시장우선의 논리를 단호히 물리칠 수 있는 신념을 가져야 한다.

둘째, 서울대에 대한 외부의 비판을 겸허히 들을 수 있어야 한다. 현재 서울대의 위상과 역할에 대해 호의적이지 않은 사회적 분위기가 반드시 서울대만의 탓이라고 할 수 없으나, 국제적으로 경쟁력 있는 인재를 양성하기보다 국내 기득권층 진입에 집착하는 인물만을 양산한다는 비판에 대한 분명한 답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셋째, 국립대로서의 책무성 강화와 대내ㆍ외 자율성을 확보하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현 총장이 이루어 낸 대학 평의원회의 심의ㆍ의결 기능을 더욱 내실화하고 민주적 의사소통 체제를 만들어야 하며, 연구와 교육의 질과 양을 혁신해야 하고 본부 집행부의 회의록과 중요 의사결정 문서의 내용을 모든 학내 구성원들에게 공개하는 일을 제도화해야 한다. 그리고 대외적으로 대학의 인사와 재정을 교육 관료가 장악하고 있는 상황을 바꾸어야 하며, 대내적으로는 대학 운영을 분권화해야 한다.

넷째, 최근 논의되고 있는 법인화 문제와 관련해서는 어떠한 방식으로 법인화가 추진될 것인가가 대단히 중요하기 때문에 우리 대학 구성원 전체가 참여하는 공론화 과정을 반드시 거쳐 이를 결정하도록 해야 한다. 대학의 자율성 보장, 충분한 재정지원 그리고 서울대 자산 확보가 모두 달성되지 않는다면 법인화 논의는 의미가 없다.

다섯째, 4년 후 공약 사항에 대한 이행 평가보고서를 만들어 모든 구성원들에게 배포하는 일을 제도화하길 바란다. 선거 공약이 헛 공약이 되지 않도록 말이다.

마지막으로, 총장이라는 귀중한 직책을 개인 출세의 발판으로 삼아 임기 중간에 뛰쳐나갈 생각이 있다면 아예 이쯤에서 물러서길 바란다. 과거 서울대 위기를 자초한 쓰라린 경험을 재현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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