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의 눈으로 세계를 꿰뚫어보다

탈냉전기의 미패권주의, 세계화로 인한 근대 주권국가 체제의 근본적 변화로 요약되는 21세기에 들어 한국적 특수성을 살린 세계정치 연구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많은 학자들이 국제정치학을 세계적 보편성과 한국적 특수성의 관점에서 살펴봐야 한다는 점에는 일찍부터 공감대를 형성했으나 그동안 실제 연구를 통해 이런 성과를 보여준 경우는 드물었다.



이런 상황에서 한반도가 속한 세계 질서의 전개과정을 한반도의 관점과 입장에서 성찰하려는 고민을 담은 총서 「국제정치와 한국」(을유문화사)이 최근 발간됐다. 이 책은 서울대 외교학과 출신 국제정치학 연구자 모임인 국제관계연구회가 소속 연구자 52인의 연구 논문을 묶은 논문집으로 총 4권으로 구성됐으며, 많은 사람들의 눈문이 실린 만큼 국제정치학의 중요한 주제들을 다양한 각도에서 접근했다. 

한국적 특수성을 살린  본격적인 세계정치 연구서


1권 『근대 국제질서와 한반도』에서는 한국 국제정치학이 새로운 좌표를 설정하기 위해서는 우리가 경험한 19세기 근대 국제관계의 사상적·이론적 기반을 돌이켜볼 필요가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서구에서 밀려온 문명에 적응하는 데 실패해 국망의 위기를 맞았던 100여 년 전을 분석한다.



2권 『동아시아 국제관계와 한국』은 20세기 국제정치가 한반도와 그 주변에서 어떠한 형태로 전개되었으며 지역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한 학술적 답변을 시도하고 있다. 냉전이 한·일 관계에 미친 영향을 분석한 이원덕 교수(국민대·국제학부)는 “아직도 과거사 문제로 한·일 양국이 분쟁을 거듭하는 것은 냉전과 경쟁의 논리에 의한 정치적 흥정으로 한·일 국교정상화가 졸속 처리됐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3권 『세계화와 한국』에서는 21세기를 특징짓는 세계화·지역주의·정보화 등이 국제관계에 어떤 변화를 초래할지 살펴본다. 민족주의가 세계화시대에 어떻게 재구성돼야 하는지를 모색한 김영명 교수(한림대·정치외교학과)는 “세계화가 피할 수 없는 조류라면 주체성과의 조화를 통해 ‘열림’을 추구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한다.


마지막으로 4권 『세계 지역의 정치』에서는 한국적 세계정치학 연구도 한국 이외의 지역에 대한 이해가 선행됐을 때 가능하다는 관점에서 미국, 중국, 러시아와 구소련, 유럽, 남미의 지역정치를 살펴본다. 정치·경제·사회적 체제변화, 정치사상과 외교정책 성향, 정당과 노동분야 개혁 등의 주제를 다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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