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회 인권영화제 상영작 「종려나무 그늘」

미국은 대랑살상무기의 확산을 저지하고, 사담 후세인 독재정권을 교체해 이라크 국민을 해방시킨다는 명분으로 지난 2003년 이라크 전쟁을 일으켰다.‘석유확보’나 ‘국제사회에서의 주도권 강화’ 등 미국이 전쟁을 일으킨 실제 의도에 대한 비판은 차치하고라도, 이라크 사람들은 이라크 전쟁을 통해 미국이 주장하는 자유와 민주주의를 정말 얻게 되었을까? 제10회 인권영화제 상영작 「종려나무 그늘」은 미국의 바그다드 침공 전부터 후까지, 평범한 이라크 국민들의 모습을 담아낸 다큐멘터리 영화다. 웨인 콜스 감독은 신문팔이, 주부, 레슬링 코치, 교수 등 다양하고 평범한 이라크 국민들의 삶을 통해 2003년 이라크 전쟁을 바라보는 또 다른 시각을 제시한다.

영화의 전반부에서는 미국의 이라크 침공 전 이라크 주민들의 일상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생일날 악기연주에 맞춰 춤추는 사람들, 매주 금요일마다 커피숍에 모여 자유롭게 논쟁하고 토론하는 사람들의 모습은 다른 나라의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과 달라 보이지 않는다. 코란과 성경을 비교하며 “성경의 내용도 결국 코란에 포함된 것”이라고 말하는 이라크 주민의 모습에서 오히려 이라크 전체를 테러국가로 규정하고 그들을 이해하지 않으려는 미국의 태도와 구별되는 타 문화와 종교에 대한 이해와 포용을 읽을 수 있다.

2003년 3월 20일 새벽, 작전명 ‘이라크의 자유’라는 이름으로 미국의 이라크 공습이 시작됐다. 감독은 이날 아침 파괴된 이라크 시내의 모습을 보여준다. 무너진 건물 잔해 속에 갇힌 주민들과 병원으로 후송되는 환자들의 모습에서 이번 전쟁의 무차별적이고 참혹한 실상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환자들을 치료하던 한 의사가 카메라를 향해 “서구 언론들은 자국 군인들의 피해만 보도하고 이라크 민간인들의 피해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고 있다”며 목소리를 높인다.

영화의 후반부는 전쟁이 종결된 후 감독이 다시 이라크를 찾는 내용이다. 겉으로 보기에 달라진 점은 무너진 건물들과 시내 곳곳을 순찰하는 무장군인들의 모습이다. 그러나 이라크 주민들은 사람들의 윤리의식과 행동이 바뀌었다고 말한다. 집 밖으로 나갈 때마다 주위를 살피고 조심해야 하며, 거리에는 온통 약탈자와 도둑들로 넘쳐난다. 한 주민이 카메라를 향해 “미국이 주장하던 민주주의와 자유는 대체 어디에 있느냐?”고 반문한다. 전쟁의 폐허 속에서 가족마저 잃은 이라크 주민들은 실업과 인플레이션이라는 버거운 일상을 살아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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