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생 100주년 문학인 기념문학제 「주변에서 글쓰기, 상처와 선택」

주변에서 글쓰기, 상처와 선택」이란 주제로 제6회 탄생 100주년 문학인 기념문학제가 열렸다. 지난 12일(금)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이번 심포지엄에서는 올해 탄생 100주년을 맞은 작가 9인(강경애, 김오남, 엄흥섭, 유진오, 이정호, 이주홍, 이하윤, 조정현, 최정희)의 작품세계가 재조명됐다.

김인환 교수(고려대 국어국문학과)는 9명의 작가들에 대해 “1906년생인 이들은 대체로 만주사변을 전후해 문단활동을 시작했고, 1920년대 조선프롤레타리아예술동맹(KAPF)이 정점을 이루던 시기에 20대 청년시절을 보낸 공통점이 있다”고 소개했다.    
 
이날 가장 큰 주목을 받은 작가는 1930년대 대표적인 여성 작가인 『인간문제』의 강경애와 「천맥」의 최정희다.

김경수 교수(서강대 국어국문학과)는 “기존의 강경애 연구는 ‘근본적인 여성의 문제를 사회주의 이데올로기 및 계급의식의 문제로 심화했다’는 여성주의적 시각이 중심이었는데, 이는 작가의 성 정체성이 작품의 성 정체성을 결정짓는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며 이러한 관점에서 벗어날 것을 제안했다.

동일한 작품을 남성적 시각으로 볼 때 작품의 의미가 달라질 수 있다고 주장한 김 교수는 『인간문제』에 등장하는 남성 인물에 주목했다. 그는 “여주인공 ‘선비’는 우발적이며 부자연스러운 인물인 데 비해 ‘첫째’나 ‘봉준’ 등 남성 인물이 오히려 설득력 있고 현실적으로 행동한다”며 “이 작품을 일방적으로 여성문제에만 초점을 두고 보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역설적이게도 강경애의 소설은 남성 인물에게 중심이 맞춰져 있으며 이는 작가가 여전히 가부장적 세계관으로 현실을 인식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상경 교수(한국과학기술원 인문사회과학부)는 남성중심주의가 팽배했던 1930년대 한국문학계에서 강경애는 ‘남성에게 지지않는, 남성에 비하여’라는 수식어로 표현됐고, 최정희는 ‘여성적이고 섬세한 여류작가의 대표격’으로 부각됐다고 설명했다. 또 강경애가 남성중심적인 당시 지배담론에 적극적으로 맞서 주체적인 여성의 삶을 모색했던 반면, 최정희는 ‘여성의 자유’보다 ‘모성애’를 강조하는 등 전통적인 여성 이데올로기에 대한 강박관념을 드러냈다고 주장했다.

한편 방민호 교수(국어국문학과)는 최정희의 문학세계를 집중조명했다. 방 교수는 아버지의 외도, 남편과의 이혼 등으로 가부장적 체제의 보호 밖으로 밀려난 최정희의 삶을 언급하며 “최정희만큼 여성의 운명이라는 문제에 깊이 천착한 작가는 없다”고 언급했다. 그는 “최정희는 당대의 가부장적 질서에서 소외될 수밖에 없었던 여성들을 그렸고, 이러한 여성 소외 문제가 계급 문제 등의 여타 사회 문제만큼 심각한 문제라는 것을 드러냈다”고 평가했다. 최정희의 작품 속에서 이러한 주제는 ‘경건한 어머니로 묘사된 여주인공’의 내면적 갈등을 사실적으로 묘사하는 과정에서 드러난다.

토론자로 참여한 김미영 교수(숭실대 국어국문학과)는 최정희에 대해 “작품 속 여성이 개인의 자유와 모성 간의 갈등에서 모성을 선택하는 단계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내적 갈등과 고민을 겪는 것을 보면 그를 단순히 남성중심주의적 체제에 순응한 작가로 평가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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