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 카이로대 아랍어 연수 체험기

지난해 6월 24일부터 7월 26일까지 이집트 카이로 국립대에서 주최하는 아랍어 연수에 참가한 뒤 경문정씨가 아랍어 연수와 이집트 문화, 자연에 대한 체험기를 보내왔다.

내가 이집트에 가는 날이 오리라고 상상이라도 해봤을까. 이집트와의 인연은 그렇게 갑작스럽게 찾아왔다. 1학기도 막바지에 이르렀던 지난해 초여름, 나는 호기심 반 모험심 반으로 카이로대 아랍어 연수에 지원했다.

이집트를 향하여 출발하던 날, 열일곱 시간에 걸친 비행 끝에 이집트의 수도, 카이로에 도착할 수 있었다. 비행기 차창 밖으로 보인 황토빛 단층 건물들과 황량한 벌판이 내가 머나먼 이국에 왔음을 알려주었다. 공항에서 숙소까지 이동하는 버스 안에서 창 밖으로 한 건물 건너마다 보이는 것이 모스크였다. ‘파라오와 피라미드의 나라, 이집트’를 생각했지만 첫인상은 ‘아, 이슬람 국가!’였다. 또 하나 인상 깊었던 점은 빵빵대는 자동차들로 혼잡한 도로와 횡단보도가 없는 시가지 풍경이었다. 엄청난 속도로 달리는 차들과 어깨를 맞대고 나란히 건너가는 기분은 공포와 스릴 그 자체였다. 그래도 보행자들이 건너도록 손짓하며 기다려주는 운전자들이 많았다. 생각만큼 무서운 사람들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번 연수에서 우리 일행은 운좋게도 거의 이집트 전역을 다녀볼 수 있었다. 남쪽으로는 수단과 국경을 접하고 있는 나일강 상류지역인 아부심벨에서 북쪽으로는 지중해 연안의 아름다운 항구도시 알렉산드리아, 그리고 서쪽의 사막지역과 동쪽에 자리한 홍해 연안의 시나이반도까지……. 가는 곳마다 거대한 대자연을 몸소 접하게 되었다. 하늘도 땅도 강도 바다도 끝이 없는 그런 대자연을 말이다.

우리가 약 한 달 동안 아랍어 연수를 받게 된 카이로대의 ‘다르 알 알룸(Dar Al Uloum)’이라는 단과대 이름은 ‘학문의 전당’이라는 뜻으로, 130년 역사를 자랑하는 아랍권에서 가장 오래된 아랍어와 이슬람문화 연구원이라고 한다. 첫 수업을 받던 날, 아랍어의 문자와 발음을 배우며 설렘 반 걱정 반으로 열심히 선생님의 발음을 따라하던 순간이 기억난다. 선생님들의 노하우 덕분인지 아랍어 진도는 굉장히 빠르게 나갔다. 내가 아랍어 수업을 받은 지 불과 몇 시간 만에 어느새 아랍어를 읽고 쓰고 있다는 사실이 놀라울 따름이었다. 우리는 아랍식 이름도 갖게 되었다. 나의 이름은 -밤하늘의 커다란 별이라는 뜻이다.

‘한 달간의 이집트 체험과 아랍어 연수가 내게 남긴 것은 무엇일까?’하고 생각해 보았다. 먼저 이슬람권 사람들에 대한 막연한 경계심이 사라졌다는 점을 들 수 있을 것이다. 전에는 부리부리한 눈에 매부리코, 콧수염으로 상징되는 그들의 외모와 ‘테러’라는 단어를 떼놓지 못하고 늘 함께 떠올리곤 했던 것 같다. 그러나 내가 이집트에서 만난 많은 사람들에게선 따뜻한 마음과 여유, 겸허, 그리고 관용의 태도를 느낄 수 있었다. 한 달간 이집트에 머물면서, ‘다시 한국에 돌아가면 알 카에다에 대한 뉴스를 보더라도 예전과 같지는 않으리라’고 생각했다.

또한 대자연의 위대함과 아름다움을 알게 되었다는 것 역시 이번 여행을 통해 얻은 값진 경험이다. 한 달간 이집트에 머무르며 나는 이제까지 살아오면서 본 것보다 훨씬 더 많이 일출과 일몰을 볼 수 있었고 끝없는 수평선과 지평선을 보았으며, 밤하늘에 별이 그토록 많이 떠 있다는 것, 그리고 별똥별이 생각보다 자주 떨어진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러한 것들을 보면서 내 마음 속의 시야도 넓어지는 느낌을 받았다. 앞으로는 눈앞의 작은 것만 보지 않고 더 멀리, 더 넓게 보고 생각해야겠다고 몇 번씩이나 마음속으로 되새기게 되었다. 

 경문정 언어학과·02

저작권자 © 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