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을 수 있는 이웃과 함께하는 성미산 소공동체

“다른 마을에 가서 살라고 하면 못 살 것 같아요.” 마포두레생활협동조합(생협) 성산점 서순현 점장의 말이다.

성미산 공동체는 지난 1994년 마포 성산동 일대 주민들이 만든 공동육아협동조합으로 시작됐다.공동육아란 부모들이 돈을 모아 비영리로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을 뜻한다. 생협 조합원 강미숙씨는 “부실한 프로그램, 많은 부교재비, 주·부식 부실 등 어린이집이 갖고 있는 문제 때문에 공동육아를 시작했다”며 “출자금을 포함해 돈은 많이 들었지만 자연과 함께 생활하는 등 생태적인 프로그램을 배운 아이들을 보면 후회는 없다”고 말했다.

이들은 공동육아를 하며 높아진 결속력으로 다른 영역으로도 공동체적 관심을 확장하기 시작했다. 아이들의 먹거리를 챙겨보자고 뜻을 모은 주민들은 2001년 2월 유기농 상품을 판매하는 생협을 만들었다. 생협을 중심으로 ▲문화센터·교육기관 ‘우리마을꿈터’ ▲자동차수리조합 ‘차병원’ ▲유기농 반찬가게 ‘동네부엌’ ▲유기농 아이스크림 판매점 ‘그늘나무’ ▲떡집 ‘떡두레’ 등이 3년에 걸쳐 차례로 만들어졌다. 이 기관들은 모두 100% 주민들의 출자로 세워졌으며, 이윤추구보다는 주민 삶의 질 향상이 주된 목적이다. 생협, 동네부엌, 그늘나무는 시중 상품의 약 2/3 정도의 가격에 상품을 판매한다. “1년에 한 번씩 생산지를 방문해 재배상태를 파악하니 더 믿음이 간다”고 강미숙씨는 말했다. 또 차병원도 바가지를 씌우지 않고 손님을 친절히 대한다는 소문이 나 강남구에서 차를 고치러 찾아오는 사람도 있을 정도라고 덧붙였다. 이외에도 ▲대안학교 ‘성미산학교’ ▲참여와 자치를 위한 마포연대 ▲지역라디오방송 ‘마포FM’에 성미산 공동체 사람들이 주축이 돼 참여하고 있다.



서순현 점장은 “모든 생협 활동은 주민들의 신뢰감이 뒷받침되지 않았다면 이뤄지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한다. 서로가 서로를 잘 알고 있고, 친하기 때문에 속이지 않는다는 믿음이 있다는 말이다. 실제로 2005년에 한 생산자의 실수로 농약이 채소에 스며든 사실을 상품판매 뒤에 알게 된 사건이 있었다. 생협은 즉각 생산자와 계약을 해지하고 이미 팔려나간 상품들까지 반품 조치 했다고 한다. 강미숙씨는 “저녁에 일이 있으면 이웃에 아이를 서슴없이 맡길 정도”라며 “함께할 수 있는 이웃이 있기에 정서적 안정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공동체 활동의 또 다른 선물은 유기농산물을 먹고 자란 아이들의 건강이다. 서순현 점장은 “아이들이 된장, 청국장 등 전통음식을 참 잘 먹는다”며 “아이들이 건강해서 동네 소아과 원장이 ‘여긴 너무 손님이 없다’고 불평하며 옮겨갔다”며 웃었다. 이것이 생협이 만들어질 때 100세대에 불과했던 조합원이 현재 1300세대로 꾸준히 늘어 나게 된 이유다.

힘든 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우리마을꿈터의 ‘싸부’ 이홍표 대표교사는 “서로 잘 알고 지내기 때문에 사생활이 없는 것, 생협 회의·출자금 등으로 몸과 마음이 고달픈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강미숙씨는 “공동체 활동에 참여하면서 생태주의, 의견 조율 방법 등 배우는 것이 더 많다”며 “힘든 점도 있지만 배우는 것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홍표씨도 “계속 조합원이 느는 것을 보면 사람들도 고달픔보다는 행복감이 더 큰 모양”이라며 웃었다. 

지난 2월 총회를 통해 조합 구역을 마포구 전체로 넓힌 성미산 공동체. 노동력과 중고상품 교환을 매개하는 지역대안화폐 도입 준비에 한창인 그곳은 주민 삶의 질 향상을 위한 또 한번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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