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돈구 교수 산림과학부


지난해 어느 날 학교 정문 옆에 줄기가 곧은 소나무 10여 그루가 심겨졌다. 왜 강원과 경북 일부 지역에서만 주로 볼 수 있는 금강소나무가 갑자기 서울대 안에 심겨졌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그 후 어느 회의석상에서 서울시 조경담당 공무원을 만났을 때, 담을 허물어 생활공간을 이웃과 함께 하자는 서울시의 정책 취지에 공감해 서울대도 담을 헐었고, 서울시가 서울대에 소나무를 심어 주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래서 하필이면 왜 저렇게 곧은 강원도 산(産) 소나무를 심었냐고 했더니, 서울대가 원해서 그렇게 했다고 한다.

나는 서울대의 누가 요청했는지는 모르나 크게 잘못한 일이 아닌가 생각한다. 스스로 자기가 좋아하는 환경을 찾아 움직일 수 있는 동물과 달리 식물은 한 번 정착하면 죽을 때까지 그곳에서 살아야 한다. 그래서 오랜 세월 동안 자신이 정착한 환경에 지역적으로 순응한 결과 지역형을 이루게 된다.

한 지역에서 자라는 나무는 고유의 유전적 특성이 있고 그 지역의 환경에 따라 적응력이 달라서, 강원도 소나무처럼 올곧게 자라는 것이 있는가 하면 경상남도나 충청북도에서 자라는 소나무처럼 줄기가 이리저리 구부러진 소나무도 있다. 이렇듯 지역에 따라 독특한 나무 모양은 나무들이 그 지역에 적응해서 살아온 결과물이다.

부산에서 나고 자란 사람이 강원도 고산 지대로 이사하면 겨울의 추위에 큰 고통을 겪고, 반대로 강원도 고산 지역의 사람이 부산이나 제주도로 옮기면 여름의 더위에 지치기 마련이다. 불과 몇 십년을 산 사람도 자신이 살던 고장을 떠나면 스트레스를 받거나 심하면 향토병에 걸리기 일쑤인데, 그보다 더 오랜 세월을 뿌리 내리고 살던 나무가 하루아침에 뿌리가 파헤쳐져 수백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심겨졌으니 얼마나 힘들 것인가!

서울대 캠퍼스에 소나무가 필요하다면 가까운 서울이나 경기 지역에서 옮겨 심었어야지, 왜 기후나 토양이 크게 다른 곳으로 옮겨 소나무를 고생시키는가 묻고 싶다.

독일에서는 전 국토를 기후와 토양에 따라 종자 구역을 만들어서 그 구역 안에서만 종자나 나무의 이동을 허락하며, 반드시 검증되고 인증 받은 종자나 나무만을 심을 수 있도록 돼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학교 캠퍼스, 고속 국도변, 공원 등에 심는 나무 선정이 수목전문가의 자문 없이 조경관련 분야에 종사하는 분들의 추천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다. 이렇게 마구잡이로 심겨진 소나무들을 볼 때마다 참으로 불쌍하고 가엾다는 생각이 든다. 갑작스레 바뀐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여 살아남기 위해 앞으로 얼마나 악전고투를 해야 할 것인가.

또한 우리는 식물의 입장에서 생각을 하면서 사람들만을 위한 것보다는 동물, 식물, 그리고 무생물까지도 어우러지고 공생할 수 있는, 즉 생태적으로 건전하고 아름다운 에코캠퍼스가 만들어지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 여러 분야 전문가의 의견을 바탕으로 대학 내 모든 구성원들의 공감대가 형성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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