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연구소 심포지엄 - 한국 여성의 모성과 출산: 구술 생애사 연구를 통한 세대 간 비교연구

여성의 대부분은 임신과 출산을 통해 ‘어머니’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모성(母性)’은 여성 연구의 중심개념이다. 그동안 모성은 임신과 출산을 통해 여성이 당연히 가져야 하는 품성으로 간주돼 왔으나 점차 그 당위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모성은 여성이 지닌 생물학적 본능인가, 아니면 여성에게 지워진 사회적 부담인가. 지난달 28일(월) 여성연구소는 ‘한국여성의 모성과 출산: 구술 생애사 연구를 통한 세대 간 비교연구’라는 주제로 사회대(16동)에서 심포지엄을 열었다. 심포지엄은 제1부 ‘사회 변화와 모성’, 제2부 ‘어머니 경험의 역사와 구조’, 제3부 ‘모성 경험의 해석’, 그리고 종합토론 순으로 진행됐다.

‘구술 생애사 연구’란 개개인의 구체적인 삶을 당사자에게 듣고 이를 해석하는 것이다. 인터뷰 한 각 대상의 이야기는 사회적 비교분석이 가능한 경험자료가 된다.
배은경 교수(사회학과)는 “30대부터 70대에 이르는 어머니들이 겪었던 경험을 통해 남성 중심 이데올로기로 왜곡된 모성을 분석할 수 있다”며 ‘구술 생애사 자료를 통한 연구의 의의’를 발표했다.

이재인 연구교수(여성연구소)는 30대~70대의 여성을 분석해 어머니의 역할이 시대별로 어떻게 변했는지를 발표했다. 발표에 따르면 60대 이상의 고연령층 어머니들은 ‘어머니의 역할은 기본적인 의식주와 교육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며 자식들은 스스로 자라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와 달리 40~50대 집단에서는 ‘집중적 모성’이란 개념이 등장한다. 이 집단은 기본적 환경 제공뿐만 아니라 자녀의 구체적 생활과 정서에까지 관심을 둔다. 자녀의 학교행사에 참여하지 못한 것을 ‘어머니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생각하는 한 50대 여성이 이 집단의 특징을 잘 보여준다. 30대 이하 집단의 경우는 자식에 대한 애착을 보이면서도 이전 세대와는 달리 자신을 위한 투자도 아끼지 않는다. 자신이 바쁘면 아이를 다른 사람이나 기관에 맡기는 것을 자연스럽게 생각하는 현상이 한 예다.

발표에 대해 김선미 교수(광주대 사회복지학부)는 “연령이 같은 사람들이라도 교육이나 사회환경 등에 따라 생각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간과했다”며 “연령이 비슷한 사람들이 공유했던 사회경험에 대한 연구를 더 수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가 어머니 역할의 차이점을 연령별로 분석했다면, 하정옥 선임연구원(여성연구소)은 한국 어머니들에게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모습인 ‘기획자로서의 어머니’를 강조했다. 피임과 임신, 출산부터 육아에 이르기까지 어머니는 남편의 무관심 속에 모든 것을 기획해야 하는 의무를 가지게 된다는 것이다. 이렇게 모든 것을 희생한 여성들은 그저 잘 자란 자식을 보며 어머니로서의 보람을 느끼는 것이 전부다.

‘기획자’라는 용어에 주목한 노영주 강사(아동가족학과)는 “‘기획자’라는 용어를 주체적으로 삶을 설계하는 긍정적인 여성을 가리키는 말로 오해할 수 있다”며, “‘기획자’ 대신 다른 용어를 사용해야 뜻이 더 분명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번 심포지엄은 지난 2004년부터 여성연구소가 시작한 ‘모성에 관한 구술 생애사 연구’를 마무리하는 자리였다. 여성연구소 정진성 소장(사회학과)은 “임신과 출산에 대한 이번 연구로 여성에 대한 이해가 더욱 깊어질 것”이라며 “저출산 문제 등도 여성에게만 책임을 전가하기보다는 여성과 모성에 대한 연구를 통해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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