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는 사람들 ① 학부생 모임

◆ 인문학회=지난 2003년 만들어진 ‘인문학회’는 다양한 단과대 소속 학생 15명 가량이 모여 고전을 읽고 토론하는 학내 모임이다. 인문학회는 “고전을 읽자, 세상을 보자”를 기본 모토로 한 학기마다 큰 주제를 정하고 주제에 맞춰 앞으로 읽을 책을 고른다. 책은 주로 서울대 권장도서 100권에서 회의를 거쳐 정한다. 책 난이도에 따라 읽고 토론해야 할 분량을 정해 매주 한 번씩 세미나를 진행한다.

인문학회는 지난 학기 ‘서양정치사상’이란 주제 아래 플라톤의 『국가』와 로크의 『통치론』을 읽었다. 인문학회장 최기원씨(경제학부·04)는 “『국가』를 읽으면서 고대 사람들의 통찰과 비유, 해석의 다양함에 놀랐다”고 말했다.

이번 학기에는 ‘20세기 서양정치사상’을 주제로 『자본론』 등을 읽고 매주 월요일에 모여 토론할 예정이다. 고전은 학부생이 섣불리 다가가기 어렵지만 송호근씨(국어국문학과·01)는 “차근차근 읽어나가면 크게 어렵지 않다”고 전한다. 어려운 책은 정확한 해석을 위해 철학과 대학원생을 초빙해 함께 읽기도 한다. 

여러 사람이 모여서 책을 읽는다는 것은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학교시험기간에는 학회 활동의 진행이 원활하지 않을 때도 있다. 그러나 인문학회 사람들은 배우고 소통하는 즐거움으로 이런 어려움을 이겨낸다. 송호근씨는 “다양한 사람들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에 대한 신뢰를 쌓고, 사고를 넓힌다는 성취감도 함께 얻는다”고 말한다.

◆ 고전연구회=‘고전연구회’는 동양철학서적을 읽는 모임이다. 논어, 맹자 등 춘추전국시대 동양고전을 주로 읽는다. 지난 학기는 ‘순자’를 주제로 관련 책을 매주 20~30쪽씩 읽으며 세미나를 열었다. 현재 열 명 정도의 학생들이 활동한다. 회장 정창곤(물리·천문학부·03)씨는 “서양철학서는 전제와 결론으로 이어지는 논리가 명확한데 비해 동양철학서는 서로 관련이 없어 보이는 독립적이고 분절된 이야기가 묶여있다”며 “이를 여러 번 읽다 보면 사고의 연결고리를 찾아내고 깨달음을 얻는 등 나름의 매력이 있다”고 말한다. 찬찬히 글을 좇다 보면 지적인 무언가를 얻을 수 있는 묘미가 동양철학이 그들을 사로잡은 이유다.

그러나 이러한 고전을 읽는 모임들의 사정이 나빠지고 있다. ‘프로메테우스’와 같은 몇몇 동아리는 문을 닫았다. 그나마 매주 세미나를 열 수 있는 동아리인 고전연구회도 올해 신입생은 고작 3명이다. 정창곤씨는 “대학문화의 다양성 측면에서 취미 관련 동아리들이 활성화된 것은 자연스럽지만 대학가에 학술동아리가 명맥을 유지하기조차 힘든 상황이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이처럼 취미활동을 하는 연행분과 동아리에만 지원자가 몰리고, 학생들이 영어공부와 취직시험에 ‘올인’하는 오늘날, 고전읽기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 인문학회의 강정화씨(국어국문학과·03)는 “삶에서 선택해야 할 순간이 많아진 현대 사회에서 고전을 읽음으로써 얻는 다양한 간접경험은 중요하다”며 “고전은 여러 담론을 제시해 삶을 풍부하게 하고 감수성과 사고를 키운다”고 강조했다. 사회가 복잡해질수록 다양한 지적 영역이 필요하게 되며, 고전읽기는 이러한 필요를 충족시키는 지적 훈련의 한 방도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최기원씨는 “교내에 인문학과 고전읽기의 즐거움을 아는 사람들이 늘어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학회원이 아니더라도 참여할 수 있는 ‘외부인을 위한 열린 세미나’ 등의 활발한 활동을 계획하고 있다. 이들이 꿈꾸는 재미있는 고전읽기에 함께 참여하고 싶다면 언제든지 2동 431호(인문학회http://inmoon.org)나 학관 323호(고전연구회http://freechal.com/goyun)의 문을 두드려보자.
저작권자 © 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