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성재(사회대 교수·사회복지학과)

21세기에 들어오면서 우리 사회의 중요한 화두 중의 하나는 ‘고령화사회’이다. 고령화사회(aging society)는 65세 이상 노인인구 비율이 7%를 넘어 계속 증가하고 있는 사회를 말한다. 20세기 초부터 평균수명이 급격히 증가하여 현재 80세를 넘은 국가들이 많고, 평균수명은 앞으로 80세를 넘어 크게 연장될 것이다. 우리나라도 현재 평균수명이 77세를 넘고 있다. 

현재와 같은 우리나라의 저출산 경향이 계속되면 인구 고령화가 급속하게 진전되어 2050년에는 노인인구 비율이 37%가 될 것이라 한다. 2050년이면 오늘의 대학 캠퍼스에서 인생의 꿈을 가꾸고 있는 청년들이 60대 중반의 노인이 되는 고령화사회의 절정기이다.

1889년 독일에서 세계 최초로 노령연금제도를 도입하면서 연금 수급연령을 65세로 정한 데서 노인의 연령을 65세 이상으로 보는 전통이 생겨났다. 그간 평균수명이 3~4배 이상이나 연장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노인을 65세 이상으로 보는 입장은 여전하다. 노인은 생산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사회의 주류에서 퇴출시키는 것이 당연하다는 사고의 틀 위에 사회경제제도나 복지제도가 설계·운영되고 있다. 

사고의 틀을 패러다임(paradigm)이라 한다면 현재까지와 같은 구태의연한 패러다임으로는 급속하고 불가피하게 다가오는 고령화사회에 대응하기 어렵다. 선진국에서는 벌써부터 나이로 능력을 판단하는 것을 지양하고, 정년제도를 폐지하거나 연령차별을 금지하는 등 능력을 중시하고 연령을 문제 삼지 않는 사회(ageless society)를 지향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사오정(45세 정년)이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이른 나이에 사회에서 퇴출되고 있다. 이같은 현상은 수명연장과 고령화사회 현상과는 정반대로 나가고 있는 것으로 실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65세 이상을 노인으로 규정하고 사회에서 퇴출시킨 후 20~30년의 긴 여생을 복지제도로 보장하는 것은 사회에 엄청난 부담을 안겨주는 것은 물론 노인을 사회의 주류에서 배제해 세대간 갈등을 불러오고 사회통합을 저해하게 한다. 노인을 사회에서 배제시켜온 패러다임으로는 다가오는 고령화사회에 대응할 수 없다.

고령화사회를 위한 대안적 패러다임은 노인을 연령에 관계없이 능력에 따라 젊은 세대 및 중년 세대와 같이 사회의 주류에 참여시키는 것이다. 오늘의 젊은 세대들이 만들어가야 할 고령화사회는 ‘모든 세대가 함께 하는 사회’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사회이다.

패러다임의 전환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과학적 검증을 통해 불가피하게 이루어지는 것이다. 사회정책적 및 개인적 차원에서 선진국의 인구 고령화 경험은 새로운 패러다임을 여실히 검증해주고 있다. 검증된 패러다임은 속히 받아들여야 할 것이고 빨리 받아들일수록 우리사회가 새로운 차원의 고령화사회로 속히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모든 세대가 함께 하는 사회’라는 패러다임을 속히 받아들이고 그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고령화사회를 준비하는 것은 기성세대의 몫이라기보다는 바로 장래 고령화사회의 주역이 될 젊은 세대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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