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할 수 있는 가장 기발한 공간, 대안공간

대안공간은 개별 공간마다 각각의 차별성을 갖고 운영되고 있다. 그러나 대안공간 전체의 의견을 모으고 발전을 도모하기 위한 대안공간 네트워크의 필요성이 제기되자 지난해 9월 8개의 대안공간이 모여 (사)비영리전시공간협의회를 창립했다. 현재 대안공간 루프, 사루비아다방, 대안공간 풀, 아트스페이스 휴, 스페이스 빔, 브레인 팩토리, 인사미술공간, 대안공간 반디, 보충대리공간 스톤 앤 워터, 갤러리 꽃, 갤러리 숲 등 11개 공간이 여기에 속해 있다. 이들은 주로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및 서울문화재단의 지원금과 사재지원금 등 정부 또는 비영리단체의 지원금으로 운영된다.

한편 (사)비영리전시공간협의회의 구성원은 아니지만 비영리를 추구하면서 실험적인 작가의 작품들을 전시하는 대안공간들도 있다. 주로 기업 산하 문화재단의 지원금에 의해 운영되는 대안공간들이 그것인데, SK 아트센터 나비, 흥국생명 일주학술문화재단 일주아트가 대표적이다. 비록 이들은 기업의 지원금을 받아 운영되고 있기는 하지만 독립적인 전시활동을 펼치며 대안공간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국내 최초의 대안공간, ‘루프’
◆ 대안공간 루프(LOOP)=“루프를 열기 전 미술작품의 유통구조는 창작에서 향유까지의 모든 과정이 이미 높은 수준을 가진 계층이나 분야에서만 순환되는 구조였습니다.” 루프 창립자 중 한 사람인 디렉터 서진석씨는 “당시 이 구조를 모든 과정에서 모든 구성원들에 의해 전체적으로 순환되는 구조로 바꿀 수 있는 대안공간이 절실하게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뜻에 따라 루프는 1999년 2월 국내 첫 번째 대안공간으로 홍대 앞에 탄생했다. 루프는 신진작가를 발굴하고, 한계에 부딪힌 후반작가를 지원하며, 국제교류 네트워크를 구축하려는 노력을 해오고 있다. 단일적으로 진행되는 국제화에 대항해 아시아의 대안적 미술문화를 정립하려는 목적으로 지난해 4월 「한일국제교류전」을 열었고 세계의 대안공간들과 정보를 공유하고 새로운 움직임을 포착하기 위해 국제 대안공간 컨퍼런스도 개최하고 있다.

 

인사동의 새 바람, ‘사루비아다방’
◆ 사루비아다방=사루비아다방은 문화와 전통의 거리 인사동에 실험적인 미술작품들을 전시해 인사동에 새로운 예술을 소개해왔다. (구)사루비아다방을 인수·개조해 1999년에 설립된 사루비아다방은 2006년 프로젝트 스페이스 사루비아로 확장·개편됐다. 지하에 위치한 이곳은 공간을 이용한 전시를 중요시하고 있다. 계단을 내려오는 관람객들의 발소리, 벽을 스크린 삼아 공간을 가득 메우는 화면들이 그곳에서는 중요한 작품이다. 지난달 30일(수)부터 열리고 있는 김희선 작가의 ‘RECOVER_seoul ballad no.1’전을 관람한 김성민씨(사회학과·02)는 “어두운 공간의 벽면들에 투사된 영상들이 우주를 연상시켰다”고 말했다.
 

미디어아트 전시 전문 ‘일주아트’
◆ 일주아트(ILJU ART)=영상·조형 등의 미디어아트 전시문화 발전에 큰 기여를 해온 일주아트하우스에서 출발한 일주아트. 일주아트하우스는 1999년 설립 후 당시 활성화되지 않았던 미디어아트 중심의 전시를 선보여 주목받았다. 그 후 지난해 일주아트로 이름을 바꾸며 디렉터를 교체했고 영상에서 회화에 이르는 범위로 전시의 폭을 넓혔다. 영상작품들만의 자리가 줄어들어 이곳의 고유성을 유지하기는 어렵게 됐지만 대안공간으로서 더 많은 작가의 작품들을 전시할 수 있는 길은 트였다. 일주아트는 전시뿐만 아니라 미디어아트 자료들도 제공하고 있다. 디렉터 강태호씨는 일주아트의 정체성에 대해 “비영리적으로 운영하며 신인작가들을 발굴하려는 취지를 갖고 있고, (사)대안공간협의회에 속해 있는 대안공간들에 비해 ‘틀’이 주는 제한성에서 벗어나 디렉터의 관심을 표현할 수 있는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크로스오버의 선구자 ‘아트스페이스 휴’
◆ 아트스페이스 휴(烋)=아트스페이스 휴의 ‘烋’는 ‘놀다, 아름답다’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아트스페이스 휴는 이러한 이름에 걸맞게 홍대거리를 예술작품들과 놀고, 즐길 수 있는 미술거리로 만드는 데 큰 역할을 했다. 휴는 그동안 음식이 되기 위해 희생된 동·식물을 음식모형으로 만들어 전시한 「세크리파이스-Sacrifice」(박은선), 우리 주변 사물들의 사진에 장난스런 그림을 곁들여 사물에 대한 재미있는 고찰을 담은 전시 「늑대너구리 불량한 사물」(김시원) 등을 선보이며 멀티미디어·크로스오버 계열의 젊은 작가들의 흥미롭고 신선한 작품들을 주로 소개하고 있다. 내년부터는 지금까지 한 달에 한 번 꼴로 열렸던 기획전을 반으로 줄여 전시의 질을 향상시키고 동시에 작가들에게 제작비까지 지원할 수 있도록 힘쓸 예정이라고 한다.


대안공간들이 함께 한 전시 AFI
대안공간들은 올해부터 각 대안공간에서의 전시뿐만 아니라 인접한 대안공간들을 연결하는 전시도 기획하고 있다. 오는 5일(화)부터 30일까지 (사)비영리전시공간협의회에서 진행하는  「AFI(Art Forum International)」가 그것이다. AFI는 (사)비영리전시공간협의회 산하기구 AFI 조직위원회가 주최하고 (사)비영리전시공간협의회에 소속된 대안공간들이 공동으로 참여·기획한 국제미술행사로 국내·외 신진작가들뿐만 아니라 이미 알려진 작가들의 새로운 시도도 엿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전시, 학술행사, 발표, 독립프로젝트 등으로 구성되는 이번 행사는 쌈지스페이스, 대안공간 루프, 갤러리 꽃, 갤러리 숲에서 만나볼 수 있다. 올해는 ‘공공의 순간(PUBLIC MOMENT)’이라는 주제로 도시, 소수자, 사회제도 등 현재 사회문제에 대한 예술가들의 다양한 활동을 평가하고 공공미술의 역할에 대해 되묻는 시간을 갖는다. AFI는 올해를 시작으로 매년 서울, 부산, 인천 등 주요 도시에서 열릴 예정이다. 전시에 대한 자세한 사항은 홈페이지(www.afi.or.kr)를 참고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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