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조건적 지원보다 구조조정 시급

지난 5월 한 시간강사의 죽음으로 학문후속세대의 위기가 화제가 됐다. ‘학문후속세대’란 석사과정 학생부터 대학에 전임교원으로 채용되기 전의 박사학위자 등 연구자들을 일컫는다. 학문후속세대의 불안정한 직위, 열악한 지원 실태 등 ‘학문후속세대 위기론’은 90년대 이후 꾸준히 제기돼 왔고, 이에 따라 BK21, 기초학문육성지원사업 등 대규모 지원사업이 시행됐다. 그러나 ‘학문후속세대 위기론’은 여전하다.
『대학신문』은 ‘학문후속세대 위기’의 현황을 살피고 대안을 모색하기 위해 3차례에 걸쳐 연재 기획을 준비했다.

90년대 초반 시작된 학문후속세대 위기론의 요지는 ‘지식, 정보의 생산이 갈수록 중요해지는 시대에 그 생산을 담당하는 학문후속세대에 대한 체계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후 교수들을 중심으로 학문후속세대 위기에 대한 논의가 본격적으로 이뤄져 지원확대의 필요성이 대두됐고, 이에 따라 정부는 지난 99년 총 지원 금액 3천억원 규모의 두뇌한국21사업, 2001년 총 지원 금액 2천억원 규모의 기초학문육성사업을 시작했다.

 

그러나 정부의 대규모 지원사업으로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다. 이와 함께 체계적인 구조조정이 동반돼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정운찬 총장은 지난 8월 취임 1주년 기념 인터뷰 당시 “서울대가 대학원 중심 대학을 표방하면서 질적 성장 없이 양적으로만 팽창했다”며 “대학원 정원을 크게 줄여야 한다”고 밝혔다. 「대학의 강사제도 개선을 위한 정책연구」(책임연구원: 고려대 심경호 교수)라는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80년 우리나라에서 배출된 박사 수는 724명이었으나, 20년 후인 2000년에는 그 10배에 달하는 7569명의 박사가 배출됐다. 또 이 보고서는 2000년 박사과정 진입생 수를 토대로 오는 2006년이면 1만4천여 명의 박사가 배출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교육 환경과 향후 박사 인력의 수요를 고려하지 않은 교육당국의 무책임한 정원 확대가 학문후속세대 위기의 한 원인이 됐다는 것이다. 학문후속세대의 수가 급격히 늘어남에 따라 교육환경 또한 열악해졌다는 지적이다. 사회대의 한 대학원생은 “교수 수는 그대로인 상황에서 대학원생 수만 늘어나 연구 공간 등이 턱없이 부족하고 교수의 지도는 전혀 없이 학생들끼리 세미나 진행을 주로 하는데 이는 실력 향상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토로한다. 김남두 교수(철학과)는 “일인당 교육비를 계산하지 않고 정원을 정해 교육이 부실해진다”며 “적정 수를 뽑아서 제대로 교육시켜야 한다”고 말한다.

 

이처럼 학문후속세대의 수를 제대로 지원할 수 있는 범위 내로 줄임과 동시에 교수를 증원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교수 증원은 교육의 질을 높이는 동시에 학문후속세대들의 진로를 보장해 준다는 의미가 있다는 것.

 

한국비정규직교수노동조합 위원장 변상출씨는 “대학에서 정규직 채용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기득권을 갖고 있는 정규직 교수들이 이권을 놓으려 하지 않는다”고 비판한다. “지금 정규직 교수들 임금이 너무 많다”고도 말한다. ‘신분상승’으로 까지 비유되는 정규직 교수와 비정규직교수들 간의 간극을 줄이고, 정규직 교수 수를 늘려야 한다는 것이다.


구조조정에 발맞춰 현 지원방식도 바꿔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프로젝트 별로 경쟁을 통해 지원하는 현 방식으로는 지원금이 학문후속세대보다 교수들에게 돌아가게 된다. 이보다는 장학금 등의 공식적인 경로를 통해 지원금을 학문후속세대에게 직접 전달해야 한다는 것. 또 김남두 교수는 “현재 임시 사업으로 생각되고 있는 지원 사업들을 모두 장학금 등의 상시 사업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한다. 지속적이고 공식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학문후속세대 위기 해결을 위해 지원확대는 필수적이지만, 이를 위한 구조조정이 동반되지 않으면 ‘눈먼 돈을 뿌리는 것’에 그칠 우려가 있다. 교육․연구 환경, 향후 인력 수요까지 고려한 학문후속세대의 정원 책정과 집중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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