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은책』 출판사 내부모습
<사진: 강석주 기자>

“원고료는 없지만 원고는 항상 넘칠 정도로 들어옵니다”라고 당당히 말하는 『작은책』 편집장 안건모씨.

월간 『작은책』은 노동자들이 직접 쓴 글들로 만들어진다. 국내 대표적 사회주의자 윤구병씨와 평생을 아동 교육과 글쓰기 교육에 몸바친 이오덕씨가 지난 1995년 함께 창간했다. 현재 마포구 합정동에 위치한 가정집 같은 편집국에서 편집장을 비롯한 4명의 직원이 일하고 있다. 이들은 “창간 당시보다 노동자들의 의식주는 나아졌지만 상대적 빈곤감은 더 심해졌다”며 “노동자들의 권리가 보장되는 살 만한 세상, 상식이 통하는 세상을 만들고 싶다”고 말한다.

『작은책』의 특징을 가장 잘 드러내주는 대표적인 코너는 ‘살아가는 이야기’다. 이 코너에는 노동자들이 현장에서 경험하는 부당한 일을 고발하는 글들이 실린다. 9월호에는 ‘한일제관’에서 부당해고를 당한 노동자와 가난한 농민들의 어려움을 담은 글이 실렸다. 이밖에 북녘과 연변의 소식을 전해주는 ‘우리 밖의 우리’ 코너와 사회문제를 고발하는 ‘세상보기’ 코너 등이 있다. 안건모씨는 “노동자에 관한 글은 지식인들이 책상머리에서 고민하며 쓰는 것보다 현장을 경험한 노동자들이 쓰는 것이 더 진실하다”며 노동자들의 고발정신이 담긴 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또 “예전에는 들어오는 원고가 그리 많지 않았지만 요즘은 넘쳐난다”며 “글쓰기를 어렵게만 생각하던 노동자들의 의식이 개선된 것 같다”고 말했다.

노동자들의 손으로 쓰여진 글들은 매끄럽거나 세련되지 않다. 글 제목에 욕이 들어가는 경우도 있지만 이런 점이 오히려 현장노동자들의 현실을 실감나게 보여주기도 한다. 안건모씨는 “사람들은 힘들수록 『좋은생각』처럼 위안이 되는 글을 보고 싶어하지만 그런 잡지들의 주제인 ‘양보와 사랑’만으로는 험한 세상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며 “열악한 노동현장을 고발하는 투쟁적인 글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작은책』에 1년간 살아온 이야기를 연재한 금속노동자 남창기씨는 “잡지를 통해 노동자들의 삶을 되돌아 볼 수 있었다”며 “주변사람들이 내 글을 알아줬을 때에는 뿌듯함도 느꼈다”고 말했다.

한편 편집장 안건모씨는 『작은책』의 성격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람이다. 그는 초등학교 졸업 후 20년간 버스기사로 일했다. 1996년부터 3년 동안 『작은책』에 글을 연재했고 2004년에 편집장이 됐다. 최근에는 자신의 20년 버스기사 생활을 담은 『거꾸로 가는 시내버스』라는 책을 펴내기도 했다.

▲ 편집장 안건모 씨
<사진: 강석주 기자>
  『작은책』 경영형편은 넉넉하지 않다. 2002년 6월, 7월에는 경영난으로 결간까지 했다. 결국 그해 8월 혁신호로 다시 독자 곁에 찾아왔지만 아직까지 경영난은 해결되지 않았다. 하지만 안건모씨는 “중간업자에게 판매를 위탁하는 ‘총판’ 방법을 포기하고 현장에서 직접 잡지를 파는 등의 노력을 통해 경영난을 이겨내고 있다”고 말했다.

안건모씨는 “『작은책』은 노동자는 물론 학생, 교수들에게까지 감동을 주고 있다”고 말한다. 어린 학생이 『작은책』을 본 후 정기구독 하겠다고 엄마를 조르는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작은 고추가 맵다’라는 속담처럼 『작은책』은 크기는 작지만 다른 어느 잡지보다 진솔한 삶의 이야기를 많이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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