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새로운 삶의 가능성을 추구하는 사람들 ③ 코뮌주의자

“이젠 비근대적인 삶의 방식을 추구할 때다.”

연구공간 ‘수유+너머’의 활동가 권용선씨의 말이다. 비근대적인 삶. 바로 코뮌을 실천하는 공동체인 수유+너머의 연구자들이 주장하는 삶의 방식이다.


◆코뮌이란?=수유+너머에서 주장하는 코뮌이란 ‘비근대적인 삶의 방식을 추구하는 자유로운 개인들의 모임’이다.

최근 논문과 책을 통해 활발히 코뮌주의를 주장하고 있는 이진경씨는 “현실사회주의의 몰락 이유를 분석하던 도중 현실사회주의가 ‘근대적 주체’를 만들려 했기 때문에 몰락했다는 결론에 이르렀다”며 “근대적 주체에서 벗어난다면, 자본주의적 삶에서도 벗어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근대적 주체에 대해 권용선씨는 “특정 정체성에 고정돼 있는 존재”라고 말했다. 예를 들어 한국 사람이라는 고정된 정체성을 가지면 그 정체성이라는 ‘권력’을 지키기 위해 외국인들을 배척하고 미워하게 된다는 것이다. 권씨는 “반면 ‘비근대적 주체’는 관계맺음에 따라 변화하는 주체이며 정해진 틀이나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더 좋은 자신을 찾아 변화·탈주하는 주체”라고 설명했다.

이렇듯 코뮌주의는 코뮌 공동체 이외의 정해진 틀에 갇히는 것을 거부하기 때문에 구체적인 사회·구조적 비전을 제시하지는 못하고 있다. 단 한·미FTA, 평택 미군기지 이전 등의 사안에 대해서는 소수자의 권리를 침해한다는 이유로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에 대해 이진경씨는 “코뮌주의는 비근대성에 대한 사유의 결론이 아니라 비근대성을 사유하기 위한 출발점”이라며 “코뮌주의를 통해 마르크스주의와 같은 기존의 사회·구조적 이론들을 새롭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코뮌은 어떤 과정을 거쳐 만들어지는가?=권용선씨는 “나 자신도 책 소유에 집착하는 등 근대적인 삶을 살았지만 수유+너머에서 사람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그동안의 삶이 과욕적이었고, 비생명적이었음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이진경씨도 “자신의 몸에 배어있는 근대적인 습속과 무의식을 바꾸는 것이 중요하다”며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면서 선물을 주고받듯 대가 없이 베푸는 관계를 ‘경험’해야 그런 변화가 생길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코뮌이 소모임에서는 가능하지만 국가수준의 큰 공동체에서까지도 가능하겠느냐는 비판이 있다. 이에 대해 이진경씨는 “코뮌들의 코뮌, 코뮌들의 네트워크로 더 큰 공동체에서도 가능할 것”이라고 답했다.


◆코뮌의 한계는?=코뮌주의의 한계를 지적하는 사람들도 있다. 강신준 교수(동아대 경제학과)는 “자본주의적이고 근대적인 현실을 벗어나 새로운 삶의 방식을 추구하려는 코뮌주의의 정신은 긍정적”이라고 평가한다. 하지만 강 교수는 “소수 지식인들이 주도하는 코뮌주의가 다수 대중의 사회운동이 지배하는 한국사회에서 ‘어떻게 다수 대중을 참여시키느냐’하는 문제는 등한시 했다”고 말했다.

들뢰즈 연구자인 김재인씨(서울여대 강사) 역시 “실체가 없다”며 코뮌주의를 비판했다. 주장하는 바가 추상적이며 명확하지 않다는 뜻이다. 또 그는 “대표적 코뮌이라는 수유+너머만 해도 자본의 후원과 이진경씨, 고병권씨로 대표되는 상징권력 없이는 존속하지 못하는 비독립적인 공동체”라고 지적했다. 김재인씨는 이어 “사람들이 근대성에서 쉽게 빠져나올 수는 없다”며 “코뮌주의는 근대성을 안고 좀 더 현실적인 면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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