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 도용자도 3년 이하 징역 1천만원 이하 벌금 인권침해 등 근본적인 문제에 대한 대책 필요

25일(월)부터 시행되는 ‘개정 주민등록법 시행령’(시행령)에 따라 주민등록번호(주민번호) 도용에 대한 처벌이 강화된다. 이와 함께 그동안 지적돼온 주민번호의 인권침해 요소를 개선하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개정된 시행령에 따르면 주민번호 단순 도용자도 3년 이하의 징역, 1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이전까지는 금전적인 이득을 노리고 도용했을 때만 처벌할 수 있었다. 또 주민번호 생성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도 처벌대상이 된다. 행정자치부는 “이번 개정은 인터넷에 만연한 주민번호 도용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2005년 개인정보침해센터 자료에 따르면 주민번호 도용 등 타인 정보의 훼손·침해·도용 신고가 전체 신고 건수 중 54%로 가장 높았다. 경찰은 많게는 2천만명의 개인정보가 도용되고 있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하지만 인권침해 등 주민번호의 보다 근본적인 문제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먼저 ‘정보의 집적성’이 문제로 거론된다. 문화연대 선용진 사무처장은 “주민번호만 알면 신용정보, 병력 등 여러 정보를 한번에 손쉽게 빼낼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꼭 필요로 하지 않는 정보도 주민번호를 통해 노출될 수 있어 사생활 침해의 여지가 크다는 것이다. 주민번호가 민간영역으로 빠져나가는 것 역시 문제다. 진보네트워크센터의 활동가 김정우씨는 “보험회사, 학원 등이 주민번호와 그에 따르는 개인정보를 빼내려 하고 있다”며 “그럴 경우 개인은 기업의 광고 공세에 시달리게 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한국정보보호진흥원 자료에 따르면 하루 평균 휴대전화 스팸광고 수신량은 0.74통을 기록해 민간영역으로의 개인정보 유출이 심각한 상황임을 알 수 있다. 한편 주민번호를 통해 남성은 1, 여성은 2로 구별하는 것이 성차별적이라는 지적도 있다.

시민단체들은 미국과 독일의 예를 들며 해결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선용진 사무처장은 “미국처럼 사용 목적을 명확히 밝힌 공공기관만 주민번호를 수집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신용정보, 의료정보 등 각 분야 별로 번호를 부여하는 것도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우씨도 “평생동안 하나의 번호를 가진다는 것이 문제”라며 “독일처럼 주민번호를 바꿀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에 대해 행정자치부 주민제도팀 박경태 사무관은 “통합된 주민번호가 없으면 호적대장, 건축물대장 등 구비서류를 얻는 데 필요한 행정적 절차가 복잡해지는 등 국민들이 큰 불편을 겪을 것”이라고 반대했다. 시민단체 측의 방안에 대해서도 “분야 별로 번호를 나누어 관리하면 동일한 사람인지 확인하기 어려워진다”며 “미국과 독일에도 개인정보를 통합해 정부에 제공하는 기업들이 있어 정부가 통일된 개인정보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주민번호의 오·남용과 민간영역으로의 유출을 막기 위해 오·남용시 처벌 강화, 기업체의 개인정보 수집 기준에 대한 법 제정 등 해결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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