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새로운 삶의 가능성을 추구하는 사람들 ④ 마이크로크레딧운동

A씨는 몇 달 전까지만 해도 파산 위기에 처해 있었다. 직장을 잃었고 밀린 카드빚을 갚을 길이 없었다. 그는 한때 자살까지 결심했지만 ‘사회연대은행’의 도움으로 재기에 성공해 현재는 빵집을 운영하며 안정적인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 사회연대은행에서 무담보로 돈을 융자받고 창업에 대한 컨설팅도 받게 된 덕분이다.

소액융자운동으로 번역되는 ‘Microcredit’(마이크로크래딧)운동은 방글라데시의 무하마드 유누스씨가 1974년 자신의 돈 27달러를 가난한 사람들에게 빌려주면서 시작됐다. 당시 대기근이 닥치자 빈곤자들을 위한 소액대출은행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한 것. 이후 1983년 유누스씨는 그라민 뱅크를 설립하며 저소득층에 대한 대출지원을 본격화했다. 국내에서는 1999년에 ‘신나는 조합’이, 2003년엔 ‘사회연대은행’이 설립됐고 현재 5개의 마이크로크레딧 단체들이 활동하고 있다.

저소득층은 대개 은행에서 대출 받기가 힘들다. 은행이 원하는 보증 기준을 충족시키기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마이크로크레딧은 저소득층들 중 자립의지가 있는 사람들을 지원함으로써 이들로 하여금 다시 경제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해주고 있다. 

국내의 대표적 마이크로크레딧 기관인 사회연대은행은 지난 2003년 삼성그룹으로부터 여성가장 창업 지원기금 10억원을 지원받으며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도움을 청한 저소득층들 중 차상위층(4인 가족 기준 월 소득 117만원 이상 132만원 이하)을 분류한 후 일을 하려는 의지, 자립하려는 열망 등을 기준으로 최종 지원대상을 뽑는다. 선정된 사람들에게는 자금을 융자해주고 창업 관련 컨설팅을 해주는 것은 물론 창업 후에도 지속적인 관리를 해준다. 창업자금은 1인당 1천만원 이내이고 이자는 연이율 2%∼4% 사이에서 탄력적으로 적용된다. 사회연대은행은 비영리단체이기 때문에 대출자가 돈을 갚지 못하고 파산하더라도 다시 지원 신청을 할 수 있다.

사회연대은행 안준상 과장은 “마이크로크레딧 기관들의 상환율은 대부분 90%를 넘는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박종현 교수(진주산업대 산업경제학과)는 “수치화된 신용도보다는 신청자의 재활의욕과 자립의지 등에 중점을 둬 대출자를 선정하고 대출 이후에도 지속적인 관리가 이뤄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한국에서 마이크로크레딧 운동을 하는 데는 어려움이 많다. 자금이 부족하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안준상 과장은 “전체 대출신청자들 중 15% 정도 밖에 지원하지 못한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노대명 부연구위원은 “마이크로크레딧에 대한 자금 지원이 제도화돼야 한다”라고 말했다.

한편 고객이 찾아가지 않는 휴면예금을 국가기금으로 귀속시켜 ‘복지금융기금’으로 이용하는 법안이 국회에 상정돼 있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3500억여원의 휴면자금이 마이크로크레딧 사업에 쓰일 수 있게 된다. 지난 9월 6일에는 우리은행을 비롯한 7개 시중은행들이 오는 11월부터 신용회복위원회가 새로 추진하는 마이크로크레딧 사업에 140억원을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안준상 과장은 “지금은 정부나 기업의 지원을 받고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독립적으로 사업을 이끌어 나갈 계획”이라며 “사회 안전망이 마이크로크레딧 운동을 통해 더 공고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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