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산물 유통문제는 쌀보다 과수?채소류가 훨씬 심각한 상황이다.

과수?채소류는 우리 식탁에 오르기까지 5~6단계를 거친다(표 참조). 생산자는 산지상인들과 보통 ‘밭떼기’라고 불리는 포전매매(밭에서 수확하기 전에 작물을 몽땅 사는 것) 계약을 한다. 배?무?감자는 60~80% 가량, 마늘?양파?사과 등은 30~50% 가량이 포전매매로 거래되고 있다. 이 외에 작목반이나 생산자조합 등 농민들이 직접 만든 조직이 유통을 담당하기도 한다.
포전매매상인을 거친 농산품은 직접 E마트 등의 대형유통업체에 납품되기도 하지만, 50% 이상은 전국의 농산물 도매시장에 집합된다. 여기서 농산물은 경매를 통해 중도매인에게 넘겨진다. 그리고 중도매인은 각지의 소매상 혹은 유통업체로 농산물을 넘긴다.

전문가들은 과수?채소류의 유통문제로 먼저 포전매매 단계를 지적한다. 이영석 교수(한국농업전문학교 교양공통학과)는 “소규모 가족농이 대부분인 한국에서는 상인에 비해 농민들의 가격교섭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상대적으로 매매규모가 큰 상인이 소규모로 생산되는 농민의 작물을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를 이용한 ‘가격 후려치기’와 계약해지가 빈발해 법무부는 상인이 과도한 이익을 냈을 경우 농민이 그 이익의 일부를 청구할 수 있는 대금증감청구권 허용, 서면계약서 작성 등 관련법 개정안을 준비하고 있다. 이영석 교수는 “현재 구두로 이뤄지고 있는 대부분의 계약을 서면으로 작성하기만 해도 농민?상인 간 불신을 해결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도매시장에서의 경매제도도 문제다. 민주노동당 강기갑 의원실의 최철원 보좌관은 “지금은 농민들도 인터넷을 이용해 농산물 가격, 작황 등을 쉽게 알 수 있다”며 “현 경매제도는 경매수수료, 경매 대기시간으로 인한 농산물의 신선도 저하 등 불필요한 중간비용을 증가시킨다”고 지적했다.

해결책은 무엇일까. 최철원 보좌관은 “품목별로 생산자조합을 활성화 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말했다. 생산자가 모이면 가격협상력이 상승하고 직접 대형유통업체와 계약하는 것도 가능해져 생산자의 이익이 증대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이영석 교수는 “농민들이 농산물 가격 등에 대해 정확한 정보를 알 수 있도록 지원하고, 계약재배(유통업체와 미리 계약한 후 재배하는 것)를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전국농민회총연맹 정책국장 민동욱씨는 “장기적으로는 그 지역에서 생산한 농산물을 그 지역에서 소비하는 지역순환형 농업으로 가야 유통문제도 근본적으로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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