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대 ‘몰카’ 사건 … “여성의 일상까지 성적 대상화되는 현실에 문제의식 가져야”

인문대 화장실에서 ‘몰카’(몰래 카메라) 사건이 발생했다.

인문대 5동 2층 여자화장실에서 지난달 30일(월) 오후 4시경 한 남자가 몰래 숨어 옆 칸의 여학생을 카메라로 촬영하다 발각됐다. 카메라를 발견한 인문대 A씨는 “너무 놀라 밖에 나와서 다른 여학생들과 함께 어쩔줄 몰라하고 있는데,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키 170센티미터 정도의 남자가 얼굴도 가리지 않고 당당하게 걸어 나갔다”며 “너무 무서워서 범인을 잡지 못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 사건이 알려지자 A씨의 선배 B씨와 ‘인문대 여성주의자 모임/연대’는 ‘그 몰카 태워버려’라는 제목의 자보를 중앙도서관 터널 등에 게재했다. B씨는 “사실 이런 사건이 처음 일어난 것이 아니다”라며 “83동과 중앙도서관 화장실 등 그동안 서울대 내에서 몰카 사건이 자주 일어났음에도 학내 구성원들이 이에 대한 문제의식을 갖지 못하는 것 같아 이 사건을 알려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또 B씨는 “이를 인문대의 화장실이 낙후해 생긴 문제로만 치부할 수 없다”며 “여성에 대한 폭력적인 시선으로 인해 여성들의 일상까지도 성적으로 대상화되고 있다는 문제의식이 학내 구성원들에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본부도 이에 대한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 인문대 학생부학장 이남인 교수(철학과)는 이 사건에 대해 “매우 심각한 사건으로 재발방지를 위한 적절한 조치가 시급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어 이 교수는 “여자화장실에 비상벨을 설치하고, 변기를 모두 좌변기로 바꾸는 등 조치를 취해달라고 본부 관리과에 요청했다”며 “빠르면 다음 주 중으로 조치를 취하겠다는 확답을 관리과로부터 받은 상태”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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