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깨어 있다가 개미를 보았는데
주변에 휴지도 종이도 눌러죽일 무엇도 없어서
개미박멸 레이드를 가져다 앞에 놓았다
어떻게 되나 보려고-

 

처음엔 개미가 피하기만 하고 들어가지 않길래
영 효험이 없구나 괜히 샀다 하는데
방황하던 개미가 마침내 들어서는
순간 순간 일렁이는 시야 흔들리는 개미잡이 집-
야심한 시각 약하고 잠이 모자란 신경 탓이겠지만
분명 그럴 것이지만 어째 나는 자꾸
개미의 생명 때문이라고 믿게 된다/싶어진다
비록 땅을 기어 다니는 뭍한 개미들 그중 한 마리
일이 밀리미터밖에 안되는 한 점
작은 개미에 불과하지만 불과하지만
그 생명이 흔들릴 때에 저렇듯
세상이 조금은 흔들리는 거라고
한 마리 개미의 죽음도 쉽지 않다고

 

개미는 비틀거리며 살아 나왔고
한참을 도망갔다가 다시 들어가기를 몇 번-
피하고자 하나 다시 끌려가게 되는 죽음의 집
(그걸 자꾸 개미 앞으로 옮겨놓는 잔인한 나)
삼십분을 지켜보았지만 개미 두 마리,
휘청거려도 죽지 않았다, 생각해보면
그런 두 놈을 손톱으로 눌러 죽이기도
얼마나 아무렇지 않게 할 수 있는 일이었을까

 

아침에 일어나니 개미 두 마리,
오센티와 오십센티미터 앞에 각각 누워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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