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자회담 통해 북핵문제 해결하겠다는 긍정적 신호 vs.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획득 저지 위한 정치적 발언

지난 19일(일) 토니 스노 백악관 대변인이 “미국은 북한이 핵을 포기할 경우 한국전 종전을 선언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전날인 1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한·미정상회담에서 합의된 북한에 대한 경제지원 및 안전보장과 상통하는 것으로 이에 대한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종전 발언, 미국의 의도에 대한 전문가들의 엇갈린 해석들=먼저 종전 발언은 6자회담 전 분위기를 유연하게 만들고자 미국이 한 발 물러선 것이라는 분석이 있다. 윤덕희 교수(명지대 북한학과)는 이에 대해 “북핵문제가 6자회담 등 협상을 통해 해결될 수 있다는 긍정적인 신호”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북핵문제가 핵군비축소회의(핵군축회의)로 넘어가 북한이 핵보유국으로 인정되기 전에 미국이 6자회담에서 북핵문제를 해결해버리려는 의도라는 해석도 있다. 양무진 교수(북한대학원대)는 “미국은 북한이 핵보유국으로 인정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며 “핵군축회의가 열려 북한이 정식으로 핵보유국으로 인정받기 전에 핵을 폐기시키려는 의도”라고 말했다.

한편 김연철 교수(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소)는 “공화당이 중간선거에서 참패하고 도널드 럼스펠드 국방장관이 사퇴하는 등 부시의 주변 상황이 좋지 않다”며 “민주당 등 북한과 협상을 원하는 협상파의 입지가 강화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미국의 대북정책에서 한국의 역할 축소?=미국의 종전 발언은 미국의 대북정책에서 한국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축소됐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미국의 종전 발언에서 한국전쟁 당사자인 한국의 입장은 배제된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윤덕희 교수는 “미국과 북한의 눈치를 보지 않고 적극적으로 미국과 북한을 중재하고 있는 중국이 오히려 한국보다 더 큰 입지를 가지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양무진 교수는 “이번 발언은 전날 있었던 한·미정상회담의 연장선상에서 나온 것이기 때문에 한국이 배제됐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한국은 아직도 적극적인 중재자 역할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북한, 쉽게 핵을 포기하지는 않을 것=종전 발언에 대한 해석은 여러 가지였지만 전문가들은 북한이 쉽게 핵을 포기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핵은 미국의 정치적 압력에 대응하고 체제내부의 위기를 극복하려는 북한의 마지막 카드이기 때문에 미국의 몇 가지 이권 제공에 북한이 쉽게 핵을 포기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김희상 교수(인하대 정치외교학과)는 “선군정치는 내부체제가 위태로울 때마다 북한이 선택한 정치적 대안”이라며 “미국의 각종 제재에도 비장하게 꺼낸 마지막 카드인 만큼 쉽게 포기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전 종전 선언 이후는?=현재 휴전 상태인 한국전쟁이 종전된 것으로 선언되면 동북아시아의 정세가 크게 변한다. 북한의 위협을 전제한 한·미군사동맹이 명분을 잃게 되고 한국전 정전협정을 맺었던 북한, 중국, 미국이 평화협정을 맺게 되면서 북한 정권의 정당성이 더욱 커지기 때문이다. 김희상 교수는 “평화협정을 맺더라도 한반도가 분할된 상태에서의 평화는 일시적일 뿐”이라며 “더 큰 독립성을 갖게 될 북한에 중국과 미국이 한국을 배제하고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려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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