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고유환 교수(동국대 북한학과)
지난 17일(금) 있었던 유엔의 대북인권결의안에 한국정부가 전격 동참하면서 ‘북한인권’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북한 인권문제 해결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주장들이 있지만 신중론도 만만치 않다. 이와 관련해 고유환 교수(동국대 북한학과)의 의견을 들어본다. |
한국정부가 PSI에 정식참여하지 않았지만, 지난 17일 유엔의 대북인권결의안에는 찬성 표결했다. 한국정부가 기존 입장을 바꿔 찬성표를 던진 것은 북한의 미사일 시험발사와 핵실험 이후 급속도로 악화된 국내·외 여론 속에서 우리 정부만 북한 인권상황을 외면할 수 없다는 점과 반기문 차기 유엔사무총장 배출, 한국의 유엔 인권이사회 초대 이사국 선출 등의 변수가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지난 18일 조평통 대변인을 통해서 “남조선 당국의 유엔 대북인권결의안 찬성은 6·15공동선언의 기초를 파괴하고 북남관계를 뒤집어엎는 용납 못할 반통일적 책동”이라며 “북남관계에 또 하나의 장애를 조성한 범죄행위로 인해 초래될 엄중한 후과(결과)에 대해 전적인 책임을 지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은 핵문제와 인권문제를 미국이 제기한 ‘고립압살정책의 두 개의 기둥’으로 인식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 정부가 공식적으로 북한 인권문제를 제기함으로써 향후 남북관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민족의 생존권이 달린 북핵위기가 심화되는 가운데 한국 정부가 북한인권문제를 건드림으로써 북핵해결과정에서 우리의 영향력이 축소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최근 북한이 6자회담에 복귀하기로 약속함으로써 북핵문제해결은 유엔 차원, 6자회담 차원, 남북대화 차원 등에서 논의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유엔 안보리 결의안의 구속력이 강화되고, 북한이 핵보유국의 지위를 내세워 정전협정의 당사국이자 핵보유국인 북·중·미 등과의 협의를 고집할 경우 한국은 논의구조에서 소외될 수도 있다. 특히 최근 한국정부가 유엔 인권결의안에 찬성표결한 이후 북한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한국이 유엔인권결의안에 찬성 표결한 것을 계기로 6자회담장에서 이전과는 달리 북한이 우리를 외면하거나 무시하는 전략으로 나올 가능성이 있다.
민족의 생존권과 북한 주민의 인권 모두 중요하다. 그러나 민족의 생존권이 담보돼야 인권도 보장받을 수 있다. 이라크전쟁에서 확인했듯이 북핵문제를 평화적으로 풀지 못해 전쟁의 참화가 한반도에 불어 닥치면 우리 민족 상당수가 최소한의 기본적인 인권도 보장받지 못할 것이다. 따라서 우리 입장에서 북한 인권문제를 근원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전략적 사고’는 먼저 북한 핵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고, 북한의 개혁·개방 환경을 조성해 경제난 해소와 민주화를 촉진하는 것이다. 북한 인권개선은 외부 압력도 중요하지만 민주화 등 내부동력이 뒷받침돼야 이뤄질 수 있을 것이다.
국제앰네스티(AI)가 밝힌 것처럼 북한 인권 유린 상황의 근인(??)은 ‘굶주림’에 있다. 북한 내 많은 인권침해는 1990년대 중반부터 북한에 타격을 주고 있는 기아와 극심한 식량난과 직·간접적인 연관이 있다는 점도 주목해야 할 것이다. 북한의 인권상황이 열악한 것은 김일성-김정일 유일체제구축과 밀접한 연관성이 있다. 하지만 1990년대 중반 이후의 극심한 식량난이 북한인권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는 주된 요인이다.
북한 인권문제 해결의 첫걸음은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이다. 북한 핵문제가 평화적으로 해결되면 북한 경제난 해소와 민주화를 촉진하는 국내·외적 환경이 조성될 것이다.
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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