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티은행, 푸르덴셜생명, 론스타···. 이제는 우리에게 익숙한 이름들이다. 이들은 외국에 본점을 둔 금융기업·펀드들로 IMF사태 이후 대거 한국으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선진화된 금융기법’과 막대한 자본력을  앞세워 한국 금융시장에서 영향력을 높이고 있는 이들은 국가 경계를 뛰어넘어 세계를 무대로 이윤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초국적 금융자본으로 불린다. 많은 이들은 그들의 투자가 한국경제에 큰 힘이 될 것이라며 긍정적으로 평가하지만 부정적인 측면도 적지 않다. 『대학신문』에서는 그 문제점을 짚어보는 기획을 마련했다.

직접투자성 자본도 국가경제에 큰 도움 못 돼

▲ <그래픽: 황귀영 기자>
초국적 금융자본은 그 구분이 명확하진 않지만 투기성 자본과 직접투자성 자본으로 나눌 수 있다. 투기성 자본은 단기간에 높은 수익만을 목표로 하는 자본을 뜻하고, 직접투자성 자본은 장기간 투자하며 기업가치의 상승도 고려하는 자본을 뜻한다.

◆투기성 자본

사례1 : 외국계 사모펀드인 ‘브릿지 인베스트먼트 라부안 홀딩스’(BIH)는 1998년, 2000년에 각각 한국기업 ‘리젠트증권’, ‘일은증권’을 인수한 후 2002년 ‘브릿지증권’이라는 회사로 합병시켰다. 이들의 초기투자금은 2200억원. 이들은 합병 후 주식 액면가의 70%에 달하는 배당금 지급을 통해 204억원을 챙겼다. 이는 1천원 어치의 주식을 갖고 있을 때 700원 어치를 나눠준 경우로 2002년 당시 한국기업의 평균배당률은 약 15%, 아시아지역 평균배당률도 35~40% 수준이었다.

이후 BIH측은 4차례의 유상감자로 1793억원을 챙겼고, 2005년 브릿지증권을 1250억원에 매각하면서 한국에서 철수했다. 리젠트증권과 일은증권 시절 회수한 금액까지 포함하면 총 회수금액은 3609억원, 투자수익률은 64%였다.

투기성 자본의 대표 격인 BIH는 사모펀드다. 사적으로 모집한 펀드라는 말로, 몇몇 전문가가 돈을 끌어모아 투자하는 자본을 일컫는다. 문제는 이들 펀드 자본들이 철저히 단기이익만 추구한다는 데 있다. 이종태 책임연구원(금융경제연구소)은 “투자자에게 약속된 기한 내에 돈을 돌려줘야 하는 펀드는 이윤을 찾아 어디든 이동하는 강한 유동성을 갖고 있다”며 “이런 펀드의 구조상 장기투자는 기대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이러한 투기성 자본들이 기업을 인수해 이익을 얻는 방법에는 고배당, 유상감자 외에도 자산매각, 구조조정 등이 있다. 2005년 말 론스타는 외환은행의 핵심 전산시스템을 싼값에 팔아 자본금을 만들려고 시도했는데, 이는 외환은행의 유동자금을 높여 배당 및 유상감자를 쉽게 하려는 의도로 해석되고 있다. 또 구조조정을 단행해 외환은행 노조의 강한 반발에 부딪히기도 했다. 이종태 책임연구원은 “기업의 발전보다는 투자수익률을 중시해 기업이 성장하지 못한다는 측면에서 보면 투기성 자본은 국가경제에 부정적”이라고 지적했다.

◆직접투자성 자본

사례2: 2004년 씨티은행은 한미은행을 인수하며 한미은행의 주식시장 상장을 폐지했다. 80% 이상의 지분을 가진 주주가 원하면 상장을 폐지할 수 있다는 점을 이용한 것이다. 상장을 폐지하면 주식시장에서 자금을 모을 수 없지만, 주식시장 및 금융 당국의 감시·규제에서 벗어날 수 있다. 그 후 통합된 씨티은행은 옛 한미은행의 자본 중 1조7128억원을 2005년 1분기까지 연리 1.69~3.56% 사이로 미국 본점에 빌려줬다. 2005년 1분기 씨티은행의 기업 대출 최저 금리가 4.96%(연리)인 점과 비교하면 턱없이 낮은 금리다.

당초 정부가 밝힌 초국적 금융자본의 도입 이유는 ▲자본시장의 활성화 ▲일자리 창출 ▲선진금융기법의 도입 등이었다. 이러한 의도에 부합하는 초국적 금융자본이 없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푸르덴셜생명은 업계 계약유지율 최고·보험설계사 이직률 최저 등을 기록하며 보험경영의 모범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상승 교수(경제학부)는 “외국 기업과의 경쟁을 통해 한국의 기업들도 선진금융기법을 배웠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장진호 사무국장(대안연대회의)은 “그렇게 보기엔 초국적 금융자본의 문제점이 너무 많다”고 반박했다. 앞서 지적한 상장폐지 외에 예대마진(예금·대출금리 간 격차를 말하며, 높을수록 고객보다 은행에 돌아가는 몫이 크다) 상승과 기업대출 부진 및 손쉬운 가계대출 증대에 초국적 금융자본이 앞장서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영국계 스탠더드 차터드(SC) 소유의 SC제일은행은 2006년 상반기 가계대출 비율이 64.2%로 업계 1위다. 또한 96년까지만 해도 0.42%였던 은행 평균 예대마진이 외국자본이 들어오면서부터 오르기 시작해 현재는 3%에 육박하고 있다. 자회사를 만들어 대부업에까지 손을 뻗치는 금융자본도 있다. ‘페닌슐라캐피탈’(메릴린치), ‘한국PF금융’(SC)이 대표적인 예다. 장진호 사무국장은 이러한 문제점 외에 “초국적 금융자본들로 인해 고용이 불안정해지고 생산적 투자에 악영향이 일어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강수돌 교수(고려대 경영학부)는 “현재 한국에 들어오는 초국적 금융자본의 지배적인 금융패러다임은 주주의 이익을 최선의 가치로 생각하는 주주자본주의”라며 “정부·노동자·소비자·협력업체 등 기업을 둘러싼 사회와의 관계를 고려하는 이해당사자적 자본주의가 돼야 지속적인 성장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상감자(有償減資): 회사의 자본금을 줄이고, 그 만큼 주주들이 자산을 나눠갖는 것. 예를 들어 1000억원의 자본금을 가진 회사가 300억원을 유상감자하면 그 회사 지분의 70%를 가진 주주는 210억원을 받게 되고, 회사의 자본금은 700억원으로 줄게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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