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희(지구과학교육과·97, 민주노동당 학생위원장)

각 대학별 반대운동에는 한계 있어
정부 상대로 교육재정 확충 요구해야

우리나라 등록금은 절대적 액수도 세계적으로 높은 수준이지만, 인상률도 급증하고 있다. 사립대의 경우 우리나라보다 소득수준이 훨씬 높은 일본의 1년 평균 등록금 500만원보다 25% 이상 더 비싼 660만원대이고, 인상률은 2000년대 들어 두자릿수를 상회하고 있다. 평균 물가상승률이 2.5~3%인 것을 감안하면, 등록금 상승이 물가 상승을 부추기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추세라면 2~3년 내에 천만원대의 등록금이 매년 백만원씩 인상되는 상황에 이를 것이다.

학자금 융자제도나 장학금제도 같은 보완책들도 양적으로 턱없이 부족할 뿐더러, 그 내용에도 문제가 많다. 2006년의 경우 전국 대학생의 10% 정도인 약 30만명이 정부보증의 학자금 대출을 받았다. 그러나 이자율은 7%를 넘어 정부의 정책대출 중 최고율이며, 5% 이자의 모기지론 같은 시중은행의 저리 대출상품들보다도 훨씬 높다. 영국의 경우 1%가 조금 넘는 이자율로 80%의 대학생이, 미국도 3% 이자율의 학자금 대출을 통해 과반수의 학생이 혜택을 받고 있다.

사정이 이러하니 학생들의 반발은 광범위하고 격렬하다. 수많은 사립대가 5조원이 넘는 돈을 쌓아놓고도 매년 1조원 정도를 적립하는 상황이다보니 불만은 더해질 수밖에 없다. 사립대들은 매년 등록금으로 천문학적 액수의 돈을 벌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와 정치권 역시 선거 때마다 GNP대비 교육재정 6% 확보를 10년째 공언하고 있지만 4.5%에서 움직이지 않고 있다. 1%만 더 늘어도 등록금을 70%나 삭감할 수 있으니 이 역시 이해하기 힘든 대목이다.

그럼에도 등록금 투쟁이 매년 별다른 성과를 남기지 못하는 것은 몇 가지 조건 때문이다. 우선 사립대들의 등록금에 대해 규제·감독할 법제도적 장치가 없다. 1989년 자율화된 사립대 등록금은 그 후 매년 두자릿수 인상을 계속해 왔다. 이에 대해 정부는 법적 근거의 부족함을 들어 책임을 회피해왔으며 이로 인해 등록금 투쟁은 개별학교들 차원에서 고립분산적으로 지리한 공방 속에 관성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민주노동당은 이에 대해 등록금에 대한 감시 조정권을 교육부에 부여하는 법안을 제출해 놓고 있다.

두 번째는 원론적 구호 수준에서 머무르고 있는 ‘교육재정확보’의 문제다. GDP 대비 6%라는 교육재정은 당장 실현 가능한 요구안임에도 그 접근방식의 단조로움때문에 대중들의 관심과 지지를 이끌어 내지 못하고 있다. ‘단순한 재정확보->등록금 동결’이라는 논리를 벗어나 등록금 문제 해결에 대한 다양한 해법을 내놓고 관련 재원을 확보해나가는 단계적 전술을 통해 ‘교육재정확보’라는 구호의 설득력을 높여야 한다. 학자금 이자에 대한 정부보조를 확대하는 등의 다양한 정책제안과 캠페인이 필요하다.

세 번째 문제는 등록금투쟁을 둘러싼 여론지형이 여전히 ‘수혜자 부담원칙’이라는 신자유주의적 공세와 ‘학생들 학비는 부모가 내야 한다’는 사회적 통념을 압도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교육은 세금을 내는 공민이라면 누구나 받아야 할 권리이자, 사회의 미래를 준비하는 목적의식적 투자이므로 정부의 공적 책임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담론을 광범위하게 형성해야 한다.

네 번째 문제는 등록금 투쟁에서의 ‘단결과 연대 전략’ 부재다. 지금껏 등록금 투쟁은 개별학교들의 몫으로만 여겨졌고, 그러다 보니 법제도적 해결이나 중앙정치전의 부재에 시달려 왔다. 그런 면에서 올 3월 있었던 ‘전국대학생 등록금 총궐기’는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이런 시도와 경험은 지속되어야 하며, 이는 향후 대학사회의 비전과 관련해 대학생 단체들이 해야 할 역할을 보여주는 출발점이 될 것이다. 

등록금 투쟁은 이렇듯 단순한 권리보장이라는 현안을 넘어 교육에 대한 철학, 대학사회의 새로운 발전 전망, 더 나아가 국가운영의 새로운 이념을 정립해가는 과정과 밀접한 연관을 맺고 있다. 등록금 투쟁의 더 높은 차원으로의 확대발전은 등록금 투쟁 자체의 발전의 차원에서도 중요하지만 대학사회와 한국사회의 근본적 변화를 이끌어내는 새로운 계기와 통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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