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8회 대학문학상 영화평론 부문 심사평] 흥미로운 ‘모자이크’의 미덕
[제48회 대학문학상 영화평론 부문 심사평] 흥미로운 ‘모자이크’의 미덕
  • 대학신문
  • 승인 2006.12.03 0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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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원 (인문대 교수·독어독문학과)

영화는 많이 제작되고 있는데, 학생들의 글쓰기는 뜸하다. 서울대가 60주년을 맞이한 2006년, 영화평론 응모작은 세 편이었다. 오예진의 「복수는 나의 것」의 장점은 영화예술에 대한 구체적, 형식적 접근이다. 영화에서 직접 인용한 자료들을 ‘소통’, ‘편집’, ‘미장센’ 등 영화만들기의 주요개념으로 정리하며 이 영화가 갖춘 형식미를 부각시키고 있다. 다른 두 응모작에 비해 내용보다는 형식에 높은 비중을 두고 있다.

대희의 「지연된 죽음이 불러들인 예술의 절대화: 하늘이 된 남자들」의 장점은 글쓰기의 유려함이다. 목표물을 잡아 낚아채는 매의 시선과 활강이 인상적이다. 그가 주목하는 곳은 영화의 끝이다. 맹인연기에 대한 분석도 뒤따른다. 라캉을 빌어 글을 정리하고 있으나, 라캉한테 있던 프로이트가 이 글에는 없다. 라캉은 눈을 뜨고, 프로이트가 장님이다. 영화 「왕의 남자」와는 달리 “수신받는 욕망”이 성취되지 못한 글이다. 글쓰기에서는 “발신하는 욕망”도 중요하다. 그의 글쓰기가 “발신하는 욕망”에서 아무쪼록 오래 “지연”되기를 바란다. 어느 날 그 매는 반드시 활강할 것이다.

윤지양의 미덕은 조합능력이다. 그는 “모자이크”를 좋아한다. 그가 주목하는 대상은 괴물이다. 그것은 한강 속의 괴물이 아니라 「시간」 속의 괴물이다. 이런 그의 좀 별난 관심사와 작품의 분석력이 두 응모작을 제껴버렸다. 영화 속의 주인공처럼 그도 괴물이 되어 다른 괴물들을 관찰한다. 그러기에 좋은 영화가 「시간」이다. 「시간」에는 맞아 떨어지지 않는 것이 있다. 이 응모작에도 그것이 함께 묻어있다. 글의 부제 “「시간」을 구성하는 요소들의 분석을 통해 김기덕의 세계 안에 위치 짓기”에서 무엇을 어디에다 위치시킨다는 것인지 목적어가 둘인데도 그 무엇이 뚜렷하지 않다.

윤지양의 응모작이 결국 우수작으로 뽑혔다. 그는 앞으로 좋은 평론가가 될 것이다. 문화산업 특히 영화산업의 지배논리에 눌려 제대로 대접 받지 못한 문제작을 설명하며 설득시키는 재주가 있다. 그 능력을 더 개발하자면 영화잡지만 볼 것이 아니라 여러 고전과 이론서를 독파해야 한다. 영화보다 흥미있는 글쓰기의 모자이크, 이런 엉뚱한 괴물이 출현하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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