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 22회 수상자 김병종 교수(동양화과)

‘빈한(貧寒)의 아침에, / 아이의 겨드랑 사이로부터, / 불현듯 화해하는 낯선 이웃같이, / 초산 냄새 자지러지게 날아든 조간, 치열처럼 나란히 웃는 / 그 글자 몇 개의 교태와 바꾼 / 네 몫의 허술한 자유’(「겨울기행」중에서)

민주화를 부르짖던 당시의 사회상을 암시하며 자유를 노래했다는 이유로 불온성 판정을 받고 1년 뒤 수정한 후에야 신문에 실릴 수 있었던 김병종 교수(동양화과)의 시다. 김 교수는 미대 학생임에도 1979년 소설 「환절기」, 1980년 시 「겨울기행」으로 두 번이나 당선된 특이한 이력의 소유자다. 이 때문에 ‘이번에 문학상에 응모하면 자신은 응모하지 않겠다’는 등 문리대 학생들의 견제를 받기도 했다고 한다.

대학시절 써 놓았던 글들을 보면 사회와 자신의 장래에 대해 고민하며 느꼈던 쓸쓸함, 우울함, 스산함이 느껴지는 것 같다는 그는 자신의 대학시절 문학에 대해 ‘회색빛’이었다고 평했다.

대학 졸업 후에는 그림에 전념하다보니 문학에 대한 아쉬움을 느끼는 김 교수는 “문학은 떠나버린 연인에 대한 그리움과 비슷한 감정을 느끼게 한다”고 말했다. 이런 그리움 때문에 펜을 놓지 못한 그는 1998년 조선일보에 국내 곳곳을 여행하며 한국 예인들의 자취를 더듬은 「김병종의 화첩기행」을 연재한 바 있고 이듬해에는 연재분을 책 두 권으로 엮어 출판했다. “문학과 미술은 전혀 다른 형태인 듯 멀게 느껴지지만 두 가지를 함께 하다보면 어느 순간 글이 색채처럼 느껴지거나 회화가 하나의 글로 표현되는 느낌을 받기도 한다”는 김 교수는 “그림은 문학의 은유적이고 상징적인 특성을 시각적으로 표현할 수 있으며 문학은 한 폭의 그림을 서정적으로 설명해 낼 수 있다”고 문학과 미술의 연계성을 짚었다. 김 교수의 인생에서 미술과 문학은 떼어놓을 수 없는 존재인 것이다.

미술 활동에 문학이 더해져 더욱 풍성한 삶을 살고 있다는 김 교수는 “요즘 대학생들은 관심을 쏟을 수 있는 분야가 많아지고 속도 문화에 익숙하다보니 사회에 대한 진솔한 고민을 담은 글을 쓰기 어려워지는 것 같아 아쉽다”며 대학생들도 문학을 통해 더욱 풍성한 삶을 만들어갔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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