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회 수상자 심재상 교수(관동대 프랑스문화학과)

대학시절 문인이 되겠다는 생각이 없던 심재상 교수(관동대 프랑스문화학과)는 다른 문학공모전에는 한 번도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러나 대학문학상은 기성의 문학과는 다른 문학정신을 담은 글을 상징한다는 생각 때문에 1975년 대학문학상에 시 「꽃의 잠」을 응모했다. 그의 인생에서 단 한번이 된 문학공모전 당선은 그렇게 이뤄졌다.

그는 당선 후 당시 불어불문학과 학생이던 이인성 명예교수(불어불문학과)가 주도해 기성 문단의 폐쇄성을 극복하고자 한 대학문학 동인지 『언어탐구』의 동인이 됐다. 그때도 여전히 시인으로 등단하겠다는 마음은 없었던 심 교수는 “당시의 글쓰기는 단지 자신을 정립하기 위한 청년기의 내밀한 자기탐구 수준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학부를 졸업한 1980년 광주민주화운동이라는 비극적인 사회상을 경험하면서 그는 시와 자신에 대한 새로운 성찰을 시작하게 됐다. 이전까지만 해도 그는 시란 현실을 초월해 순수함을 추구하는 시인 자신만의 영역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1980년대를 겪으며 심 교수는 시가 시대 현실을 담아내고 현실을 극복할 수 있게 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을 바꾸게 된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창작한 시들을 모아 1995년 시집 『누군가 그의 잠을 빌려』를 출간했다.

대학생의 의식은 바깥 현실을 지배하는 힘과는 다른 일종의 대안적 사유와 실천이라고 생각한다는 심 교수는 “소비의 욕망이 모든 것을 점령해버린 오늘날의 대학사회에서 문학 또한 생산-소비의 메커니즘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면서도 “이러한 풍조와 인문학의 위기 속에서 대학문학이 기성사회로부터의 부자유를 인식하는 것이 대학문학의 존재 근거”라며 대학문학의 의의를 평가했다.

요즘은 다시 좀더 본질적이고 궁극적인 의미를 담은 시를 창작하려 한다는 심 교수는 순수한 서정을 표현한 「하늘의 다리」 연작시를 발표하고 있다. 그는 “20대에 꿈꾸었던 시의 본질적인 순수함을 다시금 찾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삶을 끊임없이 반성하고 그 내용을 말로써 드러내는 괴로움의 작업을 거쳐야 비로소 문학 창작의 즐거움에 도달할 수 있다는 심 교수는 “문학을 탐구하는 대학생들이 사회와 자신을 깊이 성찰함으로써 본질적인 즐거움을 얻을 수 있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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