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회 수상자 성기완씨(불어불문학과 90년 졸업)

인디밴드 ‘3호선 버터플라이’의 보컬이자 기타리스트, 시인, 대중문화평론가, 번역가. 1989년 「나락일기초」로 제31회 대학문학상 시 부문에 당선됐던 성기완씨(불어불문학과 90년 졸업)를 일컫는 말들이다. 다양한 문화 스펙트럼을 자유롭게 넘나들며 노니는 그는 가히 ‘문화 멀티 플레이어’라고 불릴 만하다.

“중심에 서본 일이 거의 없이 늘 외곽을 돌았다”라는 당시의 수상소감처럼 그는 자신을 ‘담장이라는 경계에 걸쳐진 사람’이라고 표현했다. 박정희ㆍ전두환 독재정권 시절 학교에서는 ‘바로 이것’이라는 중심을 제시했지만 어렴풋이 ‘이게 아닌데’라는 생각에 바깥에 머물렀다.

“담장에 걸쳐있으면 위태롭지만 전 영역을 다 볼 수 있다”는 그의 말과 그의 작품세계는 많이 닮아 있다. 그의 수상작 「나락일기초」는 시면서도 산문의 느낌이 난다. 『쇼핑 갔다 오십니까?』와 같은 그의 시집도 마찬가지다. 이에 대해 그는 “인터넷 공간에서도 텍스트와 그림, 소리가 함께 공존하며 장르의 벽을 넘나들지 않느냐”며 “장르를 넘는 거북함을 극복할 때 소통 가능성이 커진다”고 설명했다.

시집 『쇼핑 갔다 오십니까?』 등에서 드러나는 ‘소비’라는 주제 역시 ‘바깥’과 ‘이게 아닌데’라는 문제의식의 변주일 것이다. 광고와 같은 수많은 상징기호의 존재 이유가 결국 물건을 팔기 위함인 것처럼 소비는 현대사회에서 일상적이다. 그러나 ‘소비에서 오는 결핍’을 인식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그는 “소비는 현대인의 일상 중심에 위치하고 있지만, 이 소재를 일상 ‘바깥’에서 바라보면 낯설게 느껴진다”며 소비에서 오는 결핍을 드러내는 것을 자신의 예술 활동의 중요한 주제로 꼽았다.

또 현재 우리 사회는 ‘예’와 ‘아니오’ 사이의 다양한 중간 좌표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주류문화가 아닌 문화는 바깥에 ‘얼터너티브(alternative)’로 존재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지적하고, 이들이 통합되고 공존할 수 있는 섬세한 이론 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문득 괴테의 『빌헬름 마이스터의 편력시대』를 아는지 물었다. 빌헬름 마이스터가 연극을 향한 열망 때문에 막대한 유산을 포기하면서까지 유랑을 떠나고 완숙한 인생의 경지로 나아가는 내용이다. 언젠가는 내 자리를 찾아 정착하겠지만 아직은 ‘바깥’에 있는 것이 즐겁다는 성기완씨는 ‘편력시대’에 좀 더 머물고 싶다는 소망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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