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예경 작곡과02·학사졸업

사진: 황귀영 기자

대학생활 동안 존경하는 음악인들과 함께 음악을 할 수 있어 행복했습니다.”

절대음감, 천재 뮤지션, 작곡과 수석 입학, 최우등 졸업. 정예경씨(작곡과·02)는 그녀를 수식하는 단어들의 무게가 무색할 정도로 해맑은 모습이었다.

정예경씨는 고3 시절 성악가 조수미가 잃어버린 오케스트라 악보를 거의 완벽하게 채보해내 음악적 능력을 인정받았다. 이후 조수미의 공연 편곡을 맡아왔고 피아니스트 백혜선, 팝페라 테너 임형주, 첼리스트 미샤 마이스키 등 국내·외 유명 음악가들의 공연 작품을 편곡하기도 했다. 대학에 들어와 외부 편곡 작업과 학교 과제를 병행해온 그는 “지난 대학생활을 돌아보면 늘 바쁘게 작업하고 공부했던 기억뿐”이라고 한다. “대학에서 작곡을 위한 집중훈련을 톡톡히 받았죠. 그래도 힘들었던 만큼 기억에 오래 남아요. 작곡을 할 때면 기악과 친구들을 불러 조언을 얻고 내가 알게 된 새로운 연주법을 친구에게 알려주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어요”라며 지난 대학생활을 회상했다. 서울대 교가를 편곡하는 등 학내·외 각종 행사에 참여해온 그는 “김영률 교수(기악과)가 이끄는 아울로스 목관 5중주 공연에 첫 학생 연주자로 위촉돼 피아노를 연주했던 것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대학생활 중 아쉬운 점이 있다면 늘 편곡 마감에 쫓기다보니 친구들과 술 마시며 놀아본 적이 없다는 거예요. 동아리도 못해봤고요.”

이처럼 많은 대학생과는 다른 길을 걸어온 정예경씨. ‘독한’ 성격이거나 천재일 것만 같은 그녀는 독하다고 하기엔 너무나 천진난만했고 천재라기보다는 진정한 노력가였다.
“저는 단순해서 아픈 건 안 해요.” 그는 바이올린은 턱이 너무 아프고, 기타는 손가락이 부어오르고, 플루트는 숨이 차 하늘이 노래져서 중간에 그만뒀단다. “피아노는 크게 힘들지 않고 그냥 좋아서 하는 것”이라며 “싫은 건 하지 않되 다만 좋아하는 것은 정말 노력해서 파고 또 파는 게 제 스타일이에요”라고 시원하게 웃었다.

그의 좌우명은 ‘내 꿈에 뒤지지 않는 사람이 되자’다. “내 능력은 나 자신도 잘 모르기 때문에 일단 노력하고 보는 거예요. 내 음악으로 다른 사람들을 즐겁게 할 수 있다면 더 좋고요.” 작곡은 타고난 음악적 영감이 있어야 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물음에 그는 손사래를 쳤다. “감성적인 가요는 영감으로 쓰는 경우가 많겠지만, 호흡이 긴 음악은 고도로 숙련된 작곡 기술로 감성을 건드리는 아주 지적인 작업이에요. 마치 영화를 만드는 과정처럼 기승전결 구조를 짜놓고 계획적으로 곡을 만들죠.” 음악적 영감은 곡의 이미지를 정할 때 도움이 되지만 학교에서 배우는 작곡법과 같은 기술도 중요하다는 것이 그녀의 설명이다.

최근 그는 중학교 때부터 작사·작곡해 직접 노래 부른 곡을 모아 대중음반 ‘정예경 1집’을 발표, 올 1월 문화관광부로부터 우수신인음반 상을 받기도 했다. 대중음악이라 의아해하는 반응에 그는 “‘대중예술의 이해’ 수업을 듣고 사람들에게 많은 영향을 끼치는 대중음악을 해보는 것도 좋다고 생각했다”며 “작곡가는 다양한 음악을 경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클래식, 재즈, 뮤지컬 등 내가 접해왔던 음악이 대중음악에 스며들어 오히려 더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갈 수 있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도교수인 정태봉 교수(작곡과)로부터 기초학문과 전통에 충실하되 늘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자세를 배웠다고 한다.

정예경씨는 “내 노래를 아는 사람이 늘어가고 내 노래로 즐거워하는 사람이 많아져 너무 행복하다”며 후배들에게도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꼭 하라”고 힘주어 당부했다. “주위의 동기와 선후배들이 자기의 능력을 너무 의심하는 것 같아요. 자신을 믿고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꼭 하세요. 대학생활은 꿈을 향해 달려가는 과정이니까요.”

저작권자 © 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