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애 영어교육과03·학사졸업

2007년 2월 6일 아침, 잠에서 깨 시계를 확인해 보니 벌써 6시 50분이었다. 학번 뒷자리가 짝수인 내가 수강신청을 준비할 시간은 불과 10분 남짓. 충격으로 벌떡 일어나려는 순간, 이젠 더는 바쁘게 수강신청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을 잠결에 다시 깨닫고는 속으로 헛웃음을 지었다.

졸업. 매 학기 수강편람을 보며 백지에 가능한 시간표를 그리고 강의계획서를 이리저리 비교해보는 수강계획은 이제 끝났다. 왠지 끌리는 강의명과 처음 들어보는 선생님들의 성함을 인터넷 커뮤니티의 강의평가란에서 검색해보고 이 강의를 들어야겠다고 마음먹던 설렘도, 수강신청 당일 인터넷 창을 여러 개 띄워놓고 우선순위를 작성해가며 손가락 연습하던 초조함도 아마 이젠 다시없을 것이다. 아직 졸업 기한이 남은 동기들이 바쁘게 시간표를 짜는 것을 팔짱 끼고 관망하자니 정말로 학부 졸업이라는 사실이 피부에 와 닿기 시작한다.

끝이라는 것이 항상 그렇듯 많은 아쉬움을 남기지만, 나는 무엇보다도 교양수업이 가장 그리울 것 같다. 나의 흥미와 취향에 무지해 오로지 감에 의지해 수업을 골랐던 1학년 때부터 전공과 필수이수과목 때문에 수업선택권이 거의 없었던 4학년 때까지, 교양수업은 늘 즐거웠다. 학기가 시작되기 전에는 어떤 선생님에게 무엇을 배울 수 있을지에 대한 기대감으로 두근두근했다. 수업 중에는 처음으로 접하는 새로운 세계에 매료됐고, 각기 다른 전공을 가진 학우들의 기발함에는 언제나 감탄했다. 항상 기대했던 만큼의 결과를 얻은 것은 아니지만 같은 현상에 대한 새로운 시각과 그 현상의 바탕이 된 논리들을 배워나가는 기쁨은 어디에도 견줄 수 없었다. 해를 거듭하며 새로운 세계에 하나씩 눈을 뜨게 되면서, 나의 과거 모습을 부끄러워하고 반성할 수 있었던 것도 교양수업에서 얻을 수 있었던 것 중 빠뜨릴 수 없는 부분이다.

이제 대학원에 진학해 더욱 전문적인 공부를 하게 된다. 그 문턱에 다다른 요즈음 자꾸 아쉬움에 뒤를 돌아보게 된다. 앞으로 ‘순수한 배움의 기쁨을 가질 기회가 있을지’라는 의심, ‘학부 기간을 왜 좀 더 밀도 있게 보내지 못했을까’라는 후회, 그리고 미지의 세계에 대한 두려움이 마음에 자꾸 걸린다. 그러나 또다시 새로운 것을 배운다는 설렘과, 학부 4년 동안 배웠던 모든 것이 앞으로 어떤 공부를 하든지 큰 지지대가 될 것이라는 믿음에 용기가 난다. 이 설렘과 믿음, 용기의 바탕이 된 학부시절의 모든 교양수업에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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