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익승 경영대·석사졸업

내가 경제학과에 입학해 관악캠퍼스에 첫발을 내디뎠던 1996년, 그 해는 ‘서울대학교 개교 50주년’이었다. 그리고 석사 졸업논문을 쓰던 2006년은 ‘서울대학교 개교 60주년’이었다. 중간에 군 복무가 끼긴 했지만, 대학생활의 시작과 끝이 학교의 뜻깊은 행사와 겹치는 행운을 누렸다.

50주년과 60주년이라는 10년의 세월 동안 참으로 많은 변화가 있었다. 합격자 발표 때면 으레 대운동장 스탠드에 붙어있던 합격자 명단은 이제는 볼 수 없는 그리운 풍경이 돼버렸고, 칠판 혹은 OHP 필름을 사용하던 강의실도 화이트보드와 컴퓨터 프리젠테이션으로 바뀌었다. 또 푸른 잔디로 덮인 운동장, 해마다 늘어가는 신축건물과 ‘걷고 싶은 거리’는 캠퍼스를 서울대‘공원’화했고, 외국인 학생들과 교수님들도 더는 낯선 모습이 아니다. 물론 학생식당이 제공하는 음식의 질은 그때나 지금이나 변함없다는 우스갯소리도 있지만 개선된 학교의 모습은 졸업의 아쉬움을 더해준다.

하지만 ‘십 년 동안 나도 관악의 변화만큼 성장했을까’라는 질문을 던져볼 때 ‘그렇다’라고 금방 대답할 수 없는 자신이 부끄러워진다. 끝없는 탐구와 도전을 통해 내적 성숙을 이뤄야 할 이 곳에서, 환경과 기술의 발달을 악용해 나의 성장이 아닌 편함만을 구하곤 했던 일들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급한 마음에 남의 리포트나 자료들을 편집해 제대로 읽어보지도, 이해하지도 못하고 제출했던 일이나 세미나를 준비하면서 읽어야 할 책을 정독하는 대신 다른 이가 정리해놓은 자료를 검색해 마치 내가 읽은 양 의견을 발표했던 일을 떠올리면 아직도 얼굴이 화끈거린다.

대학원 조교생활은 내 부끄러운 기억을 여러 번 상기시켜 주었다. 수십 년 동안 하셨을 강의고 수백 번은 보셨을 교재임에도 수업 전날이면 다음 날 강의를 위해서 책을 다시 보시고 자료를 찾으셨던 교수님의 모습과 “OHP는 매년 강의내용의 변화에 따라 수정하려면 시간과 비용이 들었는데, 프리젠테이션은 수정도 쉽고 많은 내용을 담을 수 있어서 좋다”, “컴퓨터의 발달로 자료의 수집이나 가공이 훨씬 정교해지고 빨라져 연구가 편해졌다”는 교수님의 말씀은 안일했던 나 자신을 되돌아보고 반성케 했다.

서울대 개교 70주년, 개교 80주년, 앞으로도 세월의 흐름에 발맞춰 학교가 더욱 발전할 것을 의심치 않는다. 아마도 내가 겪었던 10년보다 더 빠르게 변할 것이다. 10년이라는 재학기간 동안 학문뿐 아니라 인생에 대해서도 많은 가르침을 주셨던 교수님들과 선후배, 동기들에게 감사한 마음과 더불어 선배의 부끄러운 기억을 반면교사 삼아 후배들은 점점 더 좋아질 학교를 본인이 성장할 발판으로 삼았으면 하는 바람을 남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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