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은지 인문대 교수·노어노문학과

여러분, 졸업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제 졸업 사진에는 잔뜩 웅크린 채 얼어붙은 자하연과 하얀 관악산이 배경으로 남아있는데 여러분은 돋아나는 꽃봉오리가 배경으로 나오겠군요. 예전과 비교해 무척 따뜻해진 겨울에 졸업장을 들고 학교 문을 나서는 여러분이지만 마음도 과연 그럴까 걱정이 앞섭니다. 졸업 후 직장으로 대학원으로 혹은 취업준비로 여러분의 진로는 각자 다 다르겠지만 한 가지 공통된 것은 여러분 모두 어느 정도 정신적, 경제적으로 독립할 위치에 서게 된다는 점이겠지요. 많은 세월이 흐른 지금도 전 대학 졸업반 시절 그리고 그 이후 진로 결정으로 힘들었던 불면의 시간이 기억납니다. 하지만 여러 길을 두고 고민하는 것이 이미 들어선 길에서 뒤늦게 갈등하는 것보다는 행복한 것임을 알아야 합니다. 여러분의 사회적 소명을 찾기 위해 보내는 시간과 노력은 절대 낭비가 아님을 인생을 좀 더 길게 산 우리들은 알고 있으니까요. 더욱이 젊음은 시행착오를 용서받을 수 있는 특권이 있지 않습니까? 이미 이런 과정을 거쳐 선택이 확고한 사람들이라면 자기 확신을 갖고 지루하고 고통스러울 수 있는 준비과정을 묵묵히 견디십시오. 그 과정이 훗날 돌이켜보면 결실보다 더 의미 있게 기억될 수도 있을 겁니다.

제가 다시 여러분의 위치에 서게 된다면 마음속에 졸업 후 10년 혹은 20년 후 닮고 싶은 역할모델을 찾겠습니다. 여러분이 ‘좋은 사람’의 모델을 가슴에 품고 마음속으로 그 사람과 대화하면서 자신을 끊임없이 성찰한다면 훗날 전혀 다른 엉뚱한 모습으로 변한 자신을 발견하지는 않으리라 전 확신합니다. 단, 그 좋은 사람의 기준으로 사회적 명예·부·지위와 같은 외형적 포장만을 보지 않기를 부탁합니다. 앞으로 여러분은 사회에 나가 다양한 영역에서 통과의례와 시험을 거치게 될 것입니다. 그것은 대부분 책에서 정답을 찾을 수 없겠지만 이미 여러분은 자신이 좁은 문을 통과해 치열하게 살아왔음을 기억하면서 자신감과 자긍심을 잃지 않길 바랍니다. 그 어떤 경우에도 결핍감이나 박탈감 속에 자신과 타인, 세상을 왜곡시키지 말고 겸손하지만 책임감 있고 당당하게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을 다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미 여러분은 여태까지 많은 것을 부여받은 선택된 사람들임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부탁하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여러분은 종교에 상관없이 영적인 혹은 정신적인 사람이 되길 바랍니다. 대부분 성공은 외양적인 것으로 치우치는 경향이 있지만 여러분은 내면적인 성공도 추구하길 바랍니다. 그것은 양적 성공이 보장하지 못하는 진정한 마음의 평화를 줄 뿐 아니라 자신의 울타리를 넘어 좀 더 넓게 사람들, 세상과 소통하면서 아픔에 공감하고 불의에 타협하지 않는 실천적 정신으로 나타나 이 사회에 참다운 공헌을 하게 할 것입니다. 또 이것이 없다면 아무리 먹어도 배고픈 사람처럼 자신의 외적 성공과 무관하게 마음은 끝없이 메마르고 공허한 사람으로 남을 수밖에 없겠지요.

열심히 살아온 여러분, 우선 시간을 내서 자신에게 주는 졸업선물로 혼자만의 여행을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요? 대학시절 서운하게 느꼈던 사람들(실망스런 학점을 안긴 교수님들도 포함해)에겐 용서하는 마음으로, 고마웠던 사람들에겐 감사하는 마음으로 쓴 편지를 살짝 남긴 후에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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