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태 교수 자연대 화학부

“이제 머리 아픈 연구로부터 해방”이라며 김경태 교수가 장난스럽게 웃는다. 김 교수는 유기화학 분야 중 탄소 대신 황, 셀레늄 등 다른 원자가 들어가 성질이 바뀌는 물질을 주로 연구했다.

그의 연구실 벽에는 낡은 스피커 하나가 뿌옇게 먼지를 뒤집어쓰고 있다. “민주화운동 시절 데모하는 학생들 좀 말리라고 저 스피커가 울려댔었지.” 김 교수는 기억을 더듬어본다. 그는 “당시에는 지방에 가면서까지 학생들의 민주화 운동을 말려야 했고 열악한 연구 여건으로 연구 활동을 활발히 펼치지 못했다”며 유감을 표했다.

김 교수는 “운동선수 키워서 금메달 받는 것처럼 과학자 키워 노벨상 받으려는 식은 곤란하다”며 잘나가는 과학자에게만 돈을 쏟아 붓는 우리나라 과학정책을 비판했다. 그는 “정부가 다양한 분야를 고루 지원해야 진정한 과학 발전을 이룰 수 있다”며 “각광받는 연구도 주위 여러 분야가 함께 발전하며 연계돼야 빛을 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김 교수는 “앞으로 서울대는 도덕적 인성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배우는 자로서 수업에 임하는 태도가 안 돼 있는데 성적만 잘 나오면 뭐하냐”며 학생들이 자신의 실력만 믿고 수업에 잘 들어오지 않는 세태를 꼬집었다.

김 교수가 있었던 화학부 건물은 조만간 리모델링에 들어간다. 정년을 앞두고 곧 사라질 연구실과 벽면의 스피커를 떠올리며 그는 흐뭇함과 아쉬움을 동시에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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