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기증 통해 ‘인(仁)’이라는 지고의 가치 실현가능”
프랑스, 장기기증 안 하려면 적극적으로 거부의사 밝혀야

 

관악구 봉천동에 거주하는 고주몽씨(32세, 가명)는 지난달 12일 낙마 사고로 머리를 심하게 다쳤다. 즉시 병원으로 옮겨진 고씨는 수술을 받았으나 결국 뇌출혈로 인한 뇌사 판정을 받았다. 뇌를 제외한 고씨의 나머지 장기는 온전한 상태였다. 담당 의사들과 장기기증 코디네이터가 가족에게 장기기증을 권유했으나 동의를 얻지 못했고, 결국 고씨는 판정 2주 만에 사망했다. 만약 고씨의 가족이 동의했다면 최대 5명의 위급 환자들이 새 생명을 얻을 수 있었다. 

◆한국 뇌사기증의 부진과 그 원인=장기기증은 크게 ▲살아있는 이로부터의 생체기증 ▲죽은 지 6시간 이내의 사망자로부터의 사후기증 ▲뇌사자로부터의 뇌사기증으로 나뉜다. 이 중 뇌사기증은 심장·폐 등 생명과 직결된 장기를 추출할 수 있고, 한 번에 여러 명의 이식대기자에게 수혜를 줄 수 있는 특징이 있다. 여기서 ‘뇌사’는 식물인간과 전혀 다른 개념으로, 환자가 어떤 치료를 받더라도 2주 안에 사망한다고 판단될 때에만 내려지는 판정이다.

하지만 한국의 뇌사기증자 수는 인구 100만 명당 3명(2006년 기준)으로, 스페인 35.1명, 미국 25.5명, 프랑스 22.2명, 이탈리아 21명, 독일 14.8명에 크게 못 미치고 있다. 반면 국립장기이식관리센터(KONOS)에 등록된 장기이식대기자 수는 2002년 10143명에서 2007년 17435명으로 계속 증가하고 있다. 긴 대기시간 때문에 등록을 포기한 환자수까지 포함하면 장기이식대기자수는 집계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국내 뇌사기증이 부진한 것은 장기기증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 및 인식 부족 탓이 크다. 2006년까지 장기기증 서약자는 총 39만여 명. 최근 서약자수가 급증하고 있다고 해도 여전히 전체 인구의 1%에도 못 미친다. 또 뇌사 판정을 받은 사람이 생전에 장기기증에 동의했어도 뇌사자의 가족이 이를 거부한다면 기증은 이뤄지지 못한다. 이런 이유로 장기기증 희망자가 죽었을 때 실제 장기적출률은 10%에 그친다.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홍보팀 이승현 간사는 “우리나라는 현재 정규교육과정에서 장기기증에 관해 전혀 교육하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시신에 의미를 부여하는 뿌리 깊은 유교 문화 때문에 적극적으로 홍보하는 것이 쉽지 않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에 대해 오석원 교수(성균관대·유학동양학부)는 “장기기증은 타인에게 사랑을 베푸는 것으로 ‘인’이라는 지고의 가치를 이루는 방법”이라며 “부모에게 물려받은 몸을 귀하게 다루는 전통보다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국외사례=장기기증률이 높은 나라들의 장기기증 절차는 간단하다. 프랑스의 경우 ‘생전에 명시적인 거부 의사를 표현하지 않았다면 기증을 승인한 것으로 본다’고 법률에 명시돼 있다. 미국과 호주는 운전면허 시험을 볼 때 장기기증 의사를 함께 묻는다. 또 캐나다 퀘벡주의 경우 의료보험증에 장기기증 서명란이 마련돼 있어 그곳에 스스로 서명만 하면 기증신청이 끝난다. 2004년에는 주민의 77%가 기증을 신청했을 정도다.

장기기증 선진국인 스페인은 자치구마다 코디네이터가 있어 장기기증 모든 과정에 대해 책임을 진다. 전문 의료인인 코디네이터는 뇌사 가능성이 있는 환자를 선별해 환자의 키, 몸무게, 혈액형 등을 미리 조사해 실제로 뇌사했을 때 신속하게 장기기증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대비한다.

◆장기기증자에 대한 혜택과 참여방법= 우리나라에장기기증자를 위한 지원과 혜택이 없는 것은 아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뇌사 장기기증자 141명의 유족, 인체조직기증자 10명에게 각 600만원씩 지급했다. 기업은행과 우리은행은 장기기증희망등록자를 포함한 장기기증자에게 올해 대출금리를 0.2% 인하 해준다. 또 장기기증자에게는 장기이식을 받을 때 우선순위를 준다.

장기기증희망등록은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홈페이지(www.donor.or.kr)에서 쉽게 할 수 있다. KONOS 홈페이지(www.konos.go.kr)에서도 가능하다. <문의 전화: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1588-1589, KONOS 2276-0027>

강석주 기자 ching3@snu.ac.kr
김동현 기자 hellopi3@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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