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민(사회대ㆍ외교학과 석사과정)

캠퍼스에는 벌써 봄기운이 가득하다. 학군단 올라가는 버들골, 우리들의 호텔 기숙사, 떨어지는 벚꽃 아래 단모를 고쳐 썼던 자하연, 카니발의 떨림이 남아있는 문화관, 그리고 ‘잔동’의 핵심 솔밭식당까지. 관악의 봄 햇살은 캠퍼스 곳곳에서 겨우내 잠자던 지난 시절 너희와 함께 울고 웃은 푸른 제복의 추억을 깨우는 듯하다. 고생하고들 있는 야전(野戰)에도 계절의 변화는 찾아왔는지.

그러나 오랜만에 돌아온 사회는 희망의 봄기운과는 다르게 실망스럽기 그지없다. 그야말로 총체적 리더십의 부재라고나 할까. 대표자가 되겠다는 사람은 많아도, ‘대표스러운’ 행태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 한쪽은 책임을 호도하고자 당을 만들었던 사람들이 당을 깨는데 신나게 앞장서고 있으며, 다른 쪽은 오직 선거만 눈에 보이는 양 그들만의 파워 게임에만 골몰인 모습이다. 정치에는 하루 온종일 파김치가 되어 퇴근버스에 몸을 던지는 국민들의 노곤한 일상 따위는 없다. 정권 재창출과 탈환이라는 시정잡배들의 추잡한 모습들만 가득할 뿐.

캠퍼스는 어떤가. 물론 환경 변화에 의해 강요된 측면이 있다는 것을 무시할 수는 없으나, 학점 경쟁과 이 시대 새로운 상아탑인 고시와 같은 온갖 개인적인 삶만이 춤출 뿐이다. 변화의 시대를 지성이라는 책임으로 선도했던 과거 선배들의 전통은 잊혀진지 오래다.

일그러진 모습들에서 나는 동기들을 떠올리지 않을 수가 없다. 소대원들과 함께 뒹굴며 동고동락하고 있을 너희를 지시하기보다는 먼저 행동하고 위기의 국면에 있어서는 과감히 진두지휘하고 있을 너희를. 못난 놈이건 잘난 놈이건 전국 각지에서 각양각색의 배경을 가지고 모인 병사들을 보듬어 그들의 믿음직스러운 형, 지휘자로 자리 잡고 있을 너희들을. 그래서 시대에 부재한 리더십을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시간에 가장 위험한 곳에서 체득하고 있을 너희들을 말이다.

백령도의 정작, 포천의 빡철, 대성산의 홍프레레 형님, 인제의 재만이형, 고성 에이스 우식형님, 용형님, 포항 61호 박효성, 남해바다의 민우, 땅끝의 양창식 그리고 정훈의 왕자 박서방 등 전국 팔도 최전선에 있는 동기들. 뜻하지 않은 부상을 입어 병원생활 끝에 돌아온 사회의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니 동기들이 얼마나 빛나는 존재들인지, 단복에 101만의 휘장을 달 수 있었던 것이 얼마나 자랑스러운 것인지 새삼 깨닫게 된다. 기성 정치인들과 소위 엘리트라는 사람들이 후보생 생활에서의 동기애와 야전에서 두 어깨에 달린 견장의 무게를 느껴봤다면, 정책과 민생이 따로 노는 그야말로 오늘날과 같은 개념 없는 상황을 감히 초래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드는 건 과도한 것일까? 

동기들아! 남은 기간 무운(武運)이 함께 해 건강한 모습으로 다시 만나자. 나 역시도 더 이상은 ‘10분 이천수’가 될 수 없겠지만, 하나 부족한 위관 계급장이 너희에게 부끄럽지 않도록 열심히 자기 수양할 것을 약속하마. 마지막으로 병상에 있는 김화백에게도 전국의 뜨거운 101의 기운이 함께하기를. 우리 동기들의 장대한 미래는 이제 막 그 서곡을 쓰기 시작한 것에 불과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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